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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일자리 창출, 인내가 필요하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7 17:15

수정 2018.02.07 17:15

[여의나루] 일자리 창출, 인내가 필요하다

일자리 문제가 호전되지 않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2000년대 들어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한국은행의 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기회전망지수가 93으로 낮아져 취업여건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하는 국민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정부가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일자리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양한 일자리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데도 왜 일자리 문제는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을까. 일부에서는 최저임금의 지나친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때문에 기업들이 채용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정부의 정책을 비판한다. 단기적으로 본다면 이 해석이 일면 타당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수정해야할 것인가. 결론을 말한다면 그렇지는 않다.
일자리 창출 정책은 하루아침에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지금 강력한 일자리 창출 경쟁력을 지닌 나라들, 예를 들어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 등도 한때 일자리 위기를 맞았다. 이들 국가는 강력한 개혁과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성공했으나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 그것은 일자리 창출 대책과 그 효과 사이에 상당한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는 대책도 있다. 정부 예산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듯이 치안과 소방 등 국민안전 및 복지서비스에 필요한 공무원 인력을 증원하고, 그 결과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예산의 제약 때문에 늘어나는 일자리 수에서 한계가 있고 지속 가능성도 낮다.

단기적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대책은 고용할당제다. 공공부문에서는 2013년부터 시행했으나 민간부문에서는 시장개입이라는 이유 때문에 시행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20년대 초반까지 에코붐 세대의 노동시장 진입이라는 노동공급 증가요인과 정년연장에 따른 노동수요 감소요인이 겹쳐서 청년취업난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 기간에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시행하는 기업에는 법인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근본 해법은 경제사회 시스템을 일자리 친화적으로 혁신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경험을 보면 크게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노동유연성을 제고하는 노동시장 개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노동유연성 제고를 중심으로 개혁을 추진한 나라들과 개혁의 초기조건이 상이하다. 사회안전망 발전 정도가 미흡하고, 노동조합에 의해 보호받는 대기업 정규직을 제외한 80%에 가까운 노동자들은 이미 유연한 고용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유연화 개혁은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다른 하나의 길은 정책과 제도를 통해 일자리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한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 공정거래 질서 확립과 대기업의 갑질 근절을 통한 자본시장의 양극화 개선, 근로시간 단축, 노동시장과 교육시장의 미스매치 개선, 신기술 기반 창업 활성화, 노사정 대화와 타협 등을 통해 성장동력을 강화하고 일자리 창출을 촉진해 나가는 것이다. 이 길은 경제사회 시스템을 혁신하는 것이며 시간을 필요로 한다.
또한 경제주체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
노동조합이 변화의 과정에서 절제된 요구를 하고, 때로는 양보할 수 있어야 경제의 체질개선을 통한 일자리 문제 해결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원덕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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