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fn 스포트라이트, 문재인 케어 허와 실] "포퓰리즘" 외치는 의협, 우호적인 한의사협..결국 밥그릇 싸움?

김유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07 17:22

수정 2018.02.07 17:22

<3> 의견 갈린 의료계
의협 비대위 통해 철회 요구 "의료수가 정상화가 우선"
환자 늘어날 가능성 커진 한의원.치과는 긍정적 입장
정부, 의협과 실무협의체 운영.."전향적으로 의견 수렴할것"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세종대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문재인 케어 반대 및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반대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후 의협 비대위는 보건복지부와 문재인 케어에 대한 협의를 하면서도 여전히 도입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세종대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문재인 케어 반대 및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반대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후 의협 비대위는 보건복지부와 문재인 케어에 대한 협의를 하면서도 여전히 도입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비급여 축소를 통한 의료 보장성 강화에 중점을 둔 '문재인 케어'를 둘러싸고 의료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문재인 케어에 대한 찬반 논쟁 자체가 결국 밥그릇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케어가 어떤 내용을 담게 되느냐에 따라서 의료계 각 직역의 희비가 교차할 수 있어 정부 당국도 합의점을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으나 쉽지 않다.

■의협 '반대'…한의협.치협 '긍정적'

7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문재인 케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본격 표면화된 것은 지난해 말이다.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서울시청 인근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문재인 케어 철회를 촉구했다. 건강보험 재정 확보방안이 없는 문재인 케어는 선심성 정책에 불과하다며 의료수가 정상화가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반대 입장도 내놨다.

최근 의협 비대위는 대한병원협회, 보건복지부 등과 함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관련 실무협의체'를 잇따라 열고 있으나 이 같은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다. 이동욱 의협 비대위 사무총장은 "의료수가 정상화인 적정수가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 이국종 교수 사례 등에서 확인됐듯 국민에게 필요한 필수의료에 대한 보장성이 강화돼야 한다"며 "재정 준비도 없이 포퓰리즘 정책을 편다면 건강보험 제도는 무너질 수 있다. 의사와 환자가 대립할 문제가 아니라 올바른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 국민들도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는 문재인 케어에 우호적인 입장이다. 해당 제도가 시행되면 틀니.임플란트 치료나 한의약 처방을 받는 환자가 지금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의사의 경우 현대 의료기기 허용 여부도 관건이다. 김경호 한의협 부회장은 "문재인 케어에 적극 찬성하고 치매나 난임치료는 한방치료가 우수하다는 것이 입증된 만큼 당연히 급여화돼야 한다"며 "한의학이 국내 의학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이르는 만큼 정부도 한의협과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치협은 이미 정부가 보장성 강화 차원에서 지난해 11월부터 65세 노인의 틀니 부담률을 50%에서 30%로 낮춘 데다 올 7월부터는 임플란트 시술 때 내야 하는 본인부담금도 30%로 떨어지는 만큼 이를 반기고 있다. 치협 이재윤 홍보이사는 "치과 쪽은 선별적 급여화로, 환영하는 입장이고 노인과 청소년 등 경제적 취약계층의 보장 혜택을 점진적으로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며 "임플란트 역시 7월부터 환자 본인부담률을 낮추기로 예정돼 있는데 찬반의 문제가 아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전했다.

■정부 "의료계와 합의 위해 최선 다할 것"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의협 비대위가 주도한 문재인 케어 반대 대규모 궐기대회 이후 의협, 병협 등과 함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관련 실무협의체'를 만들어 7차례 이상 대화를 나눴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로 잠시 중단됐으나 각 의료계 의견을 계속 수렴하겠다는 게 정부 측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협 등은 건보심사체계 개편, 의료수가 적정 수준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고 어느 정도 협의가 진전된 부분도 있다"며 "지난 6차 회의 때 의협에서 요구한 심사실명제, 자율신고제 같은 경우 정부가 전향적으로 의료계 입장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케어 도입 시 대형병원과 동네의원의 진료비가 비슷해져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더욱 몰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를 2년간 구성, 대화하는 과정에서 여러 논의가 있었다"며 "지난해 말 어느 정도 합의문이 완성될 단계에서 의협과 병협의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있었고 차츰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료수가 문제에 대해서는 "더 검토를 해야 하고 건강보험 재정도 결국 수가 인상과 연관된 것"이라며 "수가를 보전하려 할 때 실제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약사회와 치협, 한의협 등 3개 보건의약단체는 현재 복지부가 의협, 병협 등과 함께 하고 있는 실무협의체에 약계, 치의계, 한의계도 참여를 촉구했다.
이들은 "문재인 케어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치의계와 한의계, 약계와 연관된 전문적 사항을 관련단체와 의견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며 "의사단체 입장에 따라 문재인 케어 내용이 흔들리는 형태는 더 이상 묵과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비급여의 급여화 관련항목이 3800여개로, 의협 관련 부분이 많고 한의계나 치의계도 필요한 부분은 계속 실무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한의협과는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도 대화 중이다.
문재인 케어를 놓고 각 의료계와 협의하겠다고 한 만큼 최대한 논의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합의점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스포트라이트팀 박인옥 팀장 박준형 구자윤 김규태 최용준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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