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새로운 세대를 위하여

"우린 현정화와 이분희를 생각했지…아이들이 '공정성' 문제를 걸고 나올지는 꿈에도 생각 못했어. 북한에 대한 생각도 생각보다 많이 보수화됐어."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이 일었을 때다. 한때는 그도 X세대로 불렸으나 지금은 40대 후반이 됐고, 언론사 부장 직함을 달고 있다. 어른들 술자리에서 2030세대는 요즘 분명 '핫한' 분석대상이다. 새로운 세대는 한 시대의 '새로운 종족'과 같다.

'세대 정치'가 담론이던 시대가 있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386과 N세대(당시 20대)가 참여정부 탄생의 기폭제 역할을 했을 때다. 성급한 학자들은 "지역주의 정치에서 세대정치로 넘어가고 있다"고 흥분했다.

당시 386에 대한 연구는 차고 넘친다. 그중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1987엔 민주화 바람뿐만 아니라 통일 바람도 불었다는 것이다. 386은 민주화와 민족주의의 세례를 함께 받은 세대란 얘기다. 통일 바람은 1991년 현정화.이분희가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남북단일팀으로 함께 뛰는 것으로 극적 감동을 선사했다. 386이었던 한 청와대 참모는 북한을 가리켜 "그 친구들"이라고 했다. '그 친구들'과의 경험은 2030세대들이 가질 수 없는 민족으로서의 그 어떤 '동질감'과 '우정'이었을 법하다. 과거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모두 인터뷰했던 마이크 치노이 전 CNN 기자는 저서 '북핵 롤러코스터'에서 2000년대 북한에 대한 한국의 시선에 대해 이렇게 기술했다. "한국은 북한을 회유와 관여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도록 달래줘야 할 '빗나간 사촌'쯤으로 보았다."

남북 교류는 지난 10년 가까이 단절됐다. 그 사이 북한은 핵개발에 매진했으며, 남한 사회는 저성장과 무한경쟁의 시대가 됐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민주적 가치'라든가 '탈권위'를 학습한 20대들의 눈에 비친 김정은 위원장은 한마디로 비호감이다. 국가적 문제보다는 내 생존의 문제가 시급하다.
민주정부에 있어 통일의 가장 큰 난제는 어쩌면 세대를 가르는 '경험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2030세대들에게 북한은 더 이상 빗나간 사촌도 친구도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40일간 이어질 평창올림픽.패럴림픽은 새로운 세대에게 북한이 '민족'일지, '마냥 불편한 이웃'이 될지 가르는 첫 시험대인 셈이다.

조은효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