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성검사, 꼭 필요한가

최근 한 대기업 신입사원이 연수를 받다가 퇴사한 사연이 뒷말을 낳고 있다. 사원들이 한데 모여 게임을 하다가 사달이 났다. 주어진 제시어를 그림으로 묘사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 그림을 통해 제시어를 맞히는 게임이었다. 누군가 제시어 '대물렌즈'를 보고 남성 성기를 그렸다. 회사는 결국 그 사원의 입사를 거부했다.

기업은 사람을 뽑는 데 많은 비용을 들인다. 애써 뽑은 사람이 나가는 건 기업 입장에선 손실이다. 기업이 여러 단계에 걸쳐 신중하게 사람을 뽑는 이유다. 여기에는 사람 됨됨이를 본다는 이른바 '인성검사'도 포함된다.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할 사람을 뽑는 데 있어 인성은 꽤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인성검사는 이미 그 취지를 잃었다. 취업준비생들에게 인성검사는 높은 취업장벽을 뚫기 위해 통과해야 할 시험과목 중 하나일 뿐이다. 실제로 서점에 가면 인성검사를 준비하기 위한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인성은 숫자나 등급으로 표현될 수 없다. 인성을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람과 오랜 시간을 보내는 방법뿐이다. 이마저도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테니 그 의미가 크지 않다.

기업들 입장도 이해는 간다. 국내 채용 환경은 대규모 공채 위주다. 한 번에 수천명을 뽑는다. 인성검사로 인성이 좋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한 번에 걸러내는 게 경제적이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한 국내기업은 '일하는 데 적합한 성격, 가치관, 태도를 갖추고 있는지 측정'하기 위해 인성검사를 한다고 밝혔다. 이 검사가 조직의 다양성을 해치는 건 아닐까? 비슷한 성격의 사람들이 한 회사에서 일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사뭇 섬뜩한 기분이 든다.

흔히 한국 기업은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마냥 동의할 수는 없다. 한국 기업은 난관을 딛고 지금까지 생존해왔다. 그 나름의 혁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흘려들을 수만도 없다. 한국 기업이 각양각색의 가치보다는 일사불란함 쪽에 더 무게를 둔 건 사실이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로 구성된 조직에서 나온다.
이제 인성검사의 필요성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한 국내 주요기업은 채용 과정에서 인성검사를 뺐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권승현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