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서 조우한 北美외교전 달아올랐다..펜스 北인권압박 vs 김여정 미소외교

9일 전용기로 인천공항에 내린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영접 나온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만나 이야기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의 고위급대표단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집결하면서 북핵·미사일 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북미 외교전이 달아올랐다. 우리측은 최근 이어지는 남북 해빙무드를 북미대화로 연결시키는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며 공을 들였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은 천안함 방문과 탈북자 면담으로 북한의 과거 만행과 인권문제를 거론하며 북을 압박했다. 이에대해 북한 선전매체는 연일 미국의 압박과 경제제재 등을 비난하며 날선 신경전을 펼쳤다.

일단 북측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측과는 해빙무드 조성에 나서고 있다. 9일 전용기로 인천공항에 내린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영접 나온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날씨 얘기 등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南北 화기애애, 美北은 신경전
조 장관은 "며칠 전까지 좀 추웠는데 북측에서 귀한 손님들이 오신다니까 날씨도 거기에 맞춰 따뜻하게 변한 것 같다"고 먼저 덕담을 건냈다. 이에대해 김 위원장은 "예전에도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으로 알려져 있는 나라인데, 이것도 우리 민족의 긍지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고 화답했다.

김정은도 여동생 김여정의 방남 '미소작전'을 위해 지난 8일 열린 열병식의 생중계를 처음으로 포기할 정도로 전략적 대응을 하고 있다.

북은 남측과는 대화의 문을 열고 교류에 나서지만 미국과는 만날 계획이 없다며 양면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균열을 모색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방한 둘째날인 이날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 서해수호관과 천안함기념관을 방문하고 탈북자들을 만나 북한의 과거 도발과 인권문제를 이슈화 시키며 압박을 강화했다.

펜스는 수호기념관 앞 참수리 357정(2002년 6월29일 제2연평해전 참여) 등을 관람하고 제1연평, 제2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포격도발 등의 설명을 들었다.

서해수호관에서 100m 정도 떨어진 편의시설에 마련된 면담 장소에서 지성호·지현아·이현서·김혜수씨 등 탈북자 4명과 만났다. 이 자리에는 2016년 1월부터 17개월간 북한에 억류돼 있다가 미국에 돌아와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도 참석했다.

펜스 부통령은 "북 포로 수용소가 있고, 북한 사람 70% 이상이 식량 지원 없으면 생존 못한다"며 "아이들은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다. 이런 이야기 듣고 싶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북에서 겪었던 경험과 탈북 과정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탈북자 이현서씨는 "언론이 북한에 집중하고 있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수백만명 북한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 우리 정부입장 가감없이 전달할 것"
전문가들은 북한이 갑자기 바뀌진 않겠지만 김여정이 김 위원장에게 직언할 위치인 만큼 가감없이 우리 정부의 입장 등을 전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에서 김여정의 지위가 김정은에 가감없는 보고를 할 입장인 만큼, 우리 정부의 입장을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김여정의 향후 행보나 한반도 안보영향 등은 복잡한 것이어서 예측하기 어렵지만 다양한 변화가 있을 것"라고 말했다.

또 북이 대화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미국도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이 대화로 나오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뒤로 물러나는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국내 일각에서는 정부가 북한에 끌려 다닌다고 지적하지만, 남북관계 악화로 인한 부담감이 우리 쪽이 더 큰 만큼 꾸준한 관계개선 노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영남·김여정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이날 오후 1시46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해 조 장관과 환담을 마친 후 오후 2시 34분경 KTX에 탑승해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으로 이동했다.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함께하는 문 대통령 주재 평창올림픽 리셉션과 평창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개막식에 참석했다.
10일엔 문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하며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CNN방송은 김 부부장이 오찬 자리에서 8월15일 즈음 문 대통령의 방북과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뜻을 전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에대해 청와대는 "너무 나간 얘기"라며 선을 그었다. 공동취재단 임광복 문형철기자

lkbms@fnnews.com 임광복 문형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