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도 넘은 판사 비판, 흔들리는 사법부 독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영수 특별검사가 8일 동시에 대법원에 상고했다. 지난 5일 서울고등법원이 2심(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내린 지 사흘 만이다. 이로써 '이재용 뇌물 사건'은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맡게 됐다. 우리나라는 삼심제가 원칙이다. 세 번씩이나 재판을 하는 것은 행여 있을지 모를 오심을 막기 위해서다. 이제 차분히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면 된다.

2심 판결을 둘러싼 논란은 지나치다. 네티즌들은 정형식 재판장을 파면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청와대 청원 사이트도 들끓는다. 정치인들은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재벌에 굴복한 사법 사상 최대의 오점"이라며 "판경유착이 됐다"고 말했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은 "지나가는 개도 웃고 소도 웃을 판결"이라며 "재판정에 침을 뱉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전 의원은 "재판이 아닌 개판"이라고 말했다. 박영선 의원은 "정형식 판사가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친인척 관계에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집권당답지 못한 가벼운 발언이다. 사법부 독립은 민주주의의 주춧돌이다. 그래서 헌법도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한다(103조). 이를 통해 사법부는 입법.행정권 남용을 견제한다. 이게 삼권분립이다. 재판 결과를 두고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면 지켜야 할 선이 있다. 판경유착, 침, 개판이란 단어는 합리적인 선을 넘었다.

법원은 여론과 권력 눈치를 보며 재판하는 곳이 아니다. 법관은 오로지 사실과 증거, 법리로 판단할 뿐이다. 18세기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는 여론재판으로 처형된 이의 무죄를 밝혔다. 아들을 죽였다는 혐의를 아버지가 뒤집어썼다. 법원은 소문만 믿고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아버지를 범인으로 단정했다. 뒤늦게 진실이 밝혀졌으나 이미 아버지는 목숨을 잃은 뒤였다.
판사가 소신을 잃고 여론에 휘둘리면 이런 비극을 낳는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사에서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적 사고와 진영을 앞세운 흑백논리의 폐해는 판결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넘어 법관마저도 이념의 잣대로 나누어 공격 대상으로 삼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지금이야말로 사법부 독립을 위해 대법원장이 온몸으로 나설 때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