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고용없는 성장, 원인은 서비스 규제

성장해도 일자리 안 늘어.. 서비스법 '영구미제'될 판

고용 없는 성장이 굳어지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은 8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지난해 경기개선과 정부 일자리정책에도 고용회복 속도가 더뎠다"고 밝혔다. 실제 경제가 1% 성장할 때 고용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보여주는 고용탄성치는 20012년 19만명에서 2014년 16만명, 2015년 12만명대로 떨어지더니 작년 3.4분기 10만명 선으로 추락했다. 소비침체로 서비스산업 성장이 둔화된 탓이다.

일자리의 보고라는 서비스업 부진은 심각하다. 2012~2015년 3% 안팎의 성장세를 보였던 서비스업은 2016년 2.3%로 뚝 떨어지더니 작년엔 2.1%로 더 뒷걸음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1.5%)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다.

고용시장에서 서비스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자리 창출 효과는 제조업의 5배가 넘는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서비스업을 육성해 내수시장을 키우는 데 힘을 쏟는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0%,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70%대 중반이다. 제조업 비중이 비교적 높은 일본과 독일도 70%대다. 하지만 한국은 10여년간 60% 안팎에서 맴맴 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불균형, 즉 "절름발이 경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경제의 성장을 아끌면서 일자리를 늘릴 곳은 서비스업뿐이다. 역대 정권마다 의료, 법률, 관광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엊그제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에 해외 의료자본을 유치해 투자개방형 병원을 설립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된 게 대표적이다. 투자개방형 국제병원은 김대중정부 때인 2002년 시작됐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책이어서 노무현.이명박.박근혜정부를 거쳐 문재인정부까지 이어졌지만 16년 동안 헛심만 쓴 셈이다.

서비스산업 혁신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기득권 세력과 국회.정부의 규제장벽이다. 2011년 국회에 제출된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만 해도 언제 처리될지 기약이 없다. 지금도 여야는 의료산업 영리화 문제로 티격태격하며 시간을 낭비한다.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겠다며 여당이 은산분리를 고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수십년 전 낡은 틀에 갇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흐름을 읽지 못해서다. 서비스산업을 키우지 않고는 일자리정부도 헛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