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發 훈풍’에 대북특사론 다시 주목

올림픽 후 대화 동력 확보.. 반기문 前총장.박지원 대표
임동원.정세현 前통일 거론.. 靑 “김정은 친서 오면 가능”
여당선 신중론이 더 우세

여야 정치권에 대북특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잇달으면서 안보위기가 정점을 찍던 시점에 제기되던 대북특사론에 이은 두번째다.

당시 특사론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유도해 대화의 물꼬를 트는게 골자였다면, 이번에는 특사의 역할과 성격이 다르다. 평창 올림픽 이후 남북 대화 분위기를 이어갈 동력을 찾는게 주된 임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달 22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중량감 있고 대북정책에 정통한 인사를 대북특사로 파견할 적기"라며 "연내에 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해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사로는 임동원.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꼽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같은달 25일 한미클럽이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정부의 대북 특사로 방북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그런 기회가 있으면 당연히 할 것이며 국가를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할 용의가 있다"고 자신을 적임자로 꼽았다.

민주당 이개호 의원도 지난달말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지원 대표를 절절한 시기에 대북 특사로 보낸다면 남북 관계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평창 이후 남북관계가 좋은 흐름과 전기를 맞는다면 대북특사는 남북 모두에게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도 8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김정은의 친서를 가져오면 특사를 보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특사론에 힘을 실어줬다.

다만 여당 내에선 아직은 신중론이 더 우세하다. 특사론도 공식적으론 금기어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평창올림픽 이후 한반도 안보상황이 다시 급격히 악화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대북특사 카드를 꺼내기는 이르다는 판단에서다.

여당의 고위관계자도 이날 "평창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재개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특사 파견 등의 말을 함부로 꺼내기가 조심스럽다"고 했다.

야당에서도 평창 이후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정태옥 대변인은 "특히, 한미군사훈련 재개를 막고 대북제재와 압박에 틈새를 벌이는 수단으로 악용하고자 하는 북의 의도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평창올림픽 관람을 위해 9일 방문한 김여정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게 된다면 친서 성격으로 꺼낼 카드에 대북특사의 역할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외신에선 김정은의 친서에 문 대통령의 평양 초청 카드가 담겼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평양 초청이 현실이 된다면 대북특사는 평창 이후 대화를 이어가기가 아니라 남북정상화담 개최를 위한 실무 접촉 성격이 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