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또 대우건설 포기… M&A시장의 '양치기소년'?

대우건설 해외사업 손실에 인수전서 완주 실패했지만
업계 "정보만 빼가나" 의심.. 기존 M&A 행보 변함 없어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포기를 선언하면서 다시 한번 인수.합병(M&A)업계의 체리피커(실속만 챙기는 사람)임을 입증했다. 전중규 호반건설 대표이사 겸 부회장이 2017년 말 호반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최승남 호반건설산업 사장이 전면에 나섰지만, 결과는 기존에 진행한 M&A와 비슷했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3000억원 규모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등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 등을 인수 포기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해외사업 부실 문제가 계속 거론됐던 만큼, 가격 조정이 아닌 포기 선언은 진성 인수를 위한 베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체리피커'는 신포도 대신 체리(버찌)만 골라먹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실속을 차리기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소비자를 말한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채권단 보유 대우건설 지분 50.75%를 약 1조6000억원에 인수키로 하고, 이중 10.75%는 3년 뒤 인수하는 방법을 제안해 KDB산업은행이 받아들였다. 매각가격으로 투입 자금의 절반을 손해보고, 분할 매각이라는 조건까지 감수한 산업은행이다. 호반건설을 대우건설의 진성 인수자로 판단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결정이다. 하지만 전날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인수 작업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골자인 공문을 산업은행에 보냈다.

IB업계 관계자는 "해외사업 부실이 문제라면 가격 재조정 시도를 먼저하는 것이 상식적"이라며 "자체 역량으로 감당할 수 없다면 애초에 인수전에 참여한 것이 잘못됐다. 대우건설 인수가 목적이 아닌 호반건설의 자금력과 브랜드, 대우건설을 실사하는 과정에서 정보 빼오기가 주된 목적이라고 의심을 받는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 관계자는 "가격 재조정이 불가능하다. 매수자문사까지 사용해 참여했다. 실사 과정에서 정보만 빼오기 위해 참여한다는 지적은 아니다"며 "통상 M&A 과정에서 인수자는 진술과 보증 위반 등의 사유가 있을 때 손해 배상 청구를 하거나 매각가를 조정할 수 있지만 이번에 산업은행은 손해배상 청구가 아닌 M&A 보험 가입을 요구했다. 매각 거래의 주체가 산업은행이 출자한 펀드로 거래 종료와 함께 청산된다"고 해명했다.

호반건설의 소극적인 M&A 행보는 이 뿐 만이 아니다.

2015년 금호산업 인수전에서도 낮은 입찰가로 거래완주에 실패했고, 2016년 동부건설과 보바스기념병원 인수도 검토했지만 본입찰에 불참했다. 지난 2017년에는 LS네트웍스와 이베스트투자증권 지분 84.6%를 두고 비공개협상을 벌였지만, 가격 문제로 불발됐다. SK증권 인수전에서도 큐캐피탈, 케이프투자증권을 제치고 인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시장에서 봤지만, 막판에 발을 뺐다.

블루버드컨트리클럽 인수전에선 일부 자문사의 인수자문 타진에 "실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않아 자문사가 필요 없다"고 답하는 등 인수를 포기했다. 이 밖에 한국종합기술 인수전에서는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우리사주조합에 패배했다. 한진중공업홀딩스와 채권단이 생각했던 자산가치 플러스 알파 가격이 아닌 자산 가치에 못 미치는 가격을 제시한 것이 주된 배경이다.

이와 관련 IB업계에서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무조건 싼 가격이 아니면 안산다"며 호반건설의 신중한 행보는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최 사장 등 M&A 인력은 확보했지만, 경험이 별로 없는 만큼 M&A가 있을 때마다 해당 업체 대한 학습 창구로 사용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일각에선 김 회장이 자녀에 대한 승계를 대비해 M&A 경험을 쌓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호반건설주택은 100% 출자한 코너스톤투자파트너스를 지난 2017년 3월말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로 등록하고, 전자부품 제조회사 상신전자 지분을 인수 후 상장과 함께 매각해 2배가 넘는 차익을 거뒀다. 호반건설주택은 김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 호반건설 미래전략실 상무가 85.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강구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