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평창 외교전]

김여정에 상석 양보한 김영남.. 대표단 최고실세 여실히 증명

한국 땅 밟은 ‘백두혈통’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9일 전용기편으로 서해 직항로를 통해 인천공항에 도착,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9일 방남했다. 김일성 일가를 뜻하는 이른바 '백두혈통'이 우리나라를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우리 땅을 밟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단장은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었지만 실질적 수장이 김 부부장이라는 점은 첫 만남에서부터 확연히 드러났다. 때아닌 '자리 양보전'을 통해서다.

북한 대표단을 태운 전용기는 이날 오후 1시46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입국장에 들어서자 통일부 조명균 장관과 천해성 차관,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이들을 맞았고 강원 평창으로 이동하기 전 접견실에서 20여분간의 환담을 가졌다.

조 장관의 안내에 따라 접견실에 들어선 김 상임위원장은 둥근 탁자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놓인 의자 앞에서 잠시 머뭇거린 뒤 김 부부장에게 손짓을 보냈다. 조 장관의 맞은편 자리인 상석에 앉으라는 양보의 표시였다. 김 부부장은 이를 사양하며 김 상임위원장에게 상석에 앉기를 권했고, 이후에도 북한의 두 권력자 간 양보는 한두 차례 이어졌다.

결국 상석에는 단장인 김 위원장이 앉았다. 그러나 서열상으로도, 나이로도 윗사람인 김 위원장의 양보는 김 부부장이 이번 대표단의 '실세'라는 점을 방증한다. 김 위원장이 김정은의 여동생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부부장의 여유로운 모습도 눈에 띄었다. 희고 맑은 피부의 김 부부장은 시종일관 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접견실에서 상석을 양보한 뒤에도 다른 모든 사람이 앉을 때까지 서 있다가 마지막으로 앉는 모습이 포착됐다. 때때로 턱끝을 들어올리며 도도한 듯한 인상을 풍기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공개 석상에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나 자신을 반긴 우리측 대표단을 향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남북이 오랜만에 가진 만남이었으나 접견 분위기가 어색하지만은 않았다. 김 위원장이 "그림만 봐도 누가 남측 인사고, 누가 북측에서 온 손님인가 하는 것을 잘 알겠구먼"이라며 먼저 농담을 건넸고, 날씨 이야기로 분위기를 풀어갔다. 김 위원장은 "지금 대기 온도가 몇 도나 되나"라면서 평창의 날씨를 물었고, 조 장관은 "많이 풀렸다"면서 "며칠 전까지도 꽤 추웠는데 북측에서 귀한 손님이 온다고 하니 날씨도 그에 맞춰 따뜻하게 변한 것 같다"고 답했다.


북한 대표단은 환담을 마친 뒤 곧바로 공항과 연결된 KTX 역사로 이동했고, 오후 2시34분께 열차에 탑승해 평창으로 향했다.

2박3일간 일정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북한 대표단은 이날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개회식에 앞서 열린 리셉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첫 만남을 가졌으며 10일에는 김 부부장 등 대표단 모두와 함께 문 대통령과 오찬회동을 한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