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평창 외교전]

文 “위안부 합의 해결 안돼” 아베 “韓 약속 지켜라” 설전

文대통령, 아베와 정상회담..한일 상호 입장만 재확인
“日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을”..아베, 文대통령에게 요청
 아베 “北 미소외교 주의를”..文 “남북대화를 비핵화로”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9일 오후 강원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9일 한.일 위안부합의를 두고 설전(舌戰)을 벌였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형성된 남북대화 분위기에 대해서도 확연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정부의 지난해 위안부합의 무효화 선언 이후 한.일 정상의 첫 만남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경색된 관계가 쉽사리 좁혀지진 않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9일 강원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해 방한한 아베 총리와 취임 후 세 번째 정상회담을 했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날 회담의 핵심 의제는 단연 위안부 합의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먼저 "위안부 합의는 국가 대 국가의 합의로 정권이 바뀌어도 지켜야 한다는 게 국제원칙"이라며 "일본은 그 합의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약속을 지켜온 만큼 한국 정부도 약속을 실현하기를 희망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는 결정은 지난 정부 이후 위안부 할머니와 국민이 합의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그분들 마음의 상처가 아물 때 해결될 수 있지 정부 간 주고받기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양국 정부가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위안부합의에 대한 어떠한 진전도 없이 상호 입장만 재확인하는 수준이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에 대한 얘기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1㎜도 못 움직인다'는 식의 표현은 없었다고 전해지나 아베 총리가 이 자리에서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 "외교상 문제가 있다"며 철거를 요구했다고 일본 기자들을 만나 전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한 만큼 비교적 강한 수위의 발언도 나왔을 것으로 점쳐진다.

양 정상은 이어 남북대화 분위기에 대한 의견도 나눴으나 이 역시 다름을 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은 평창올림픽 기간 남북대화를 하면서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북한의 미소외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가 비핵화를 흐린다거나 국제공조를 흩트리는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가 결국 비핵화로 이어져야 한다. 이런 분위기를 살려나가도록 일본도 적극 대화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양 정상이 민감한 현안을 가지고 팽팽한 신경전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복잡미묘한 관계는 비공개 회담에 앞선 모두발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위안부합의에 대한 대화를 나누진 않았으나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에 대해 문 대통령은 "역사를 직시하겠다"는 전제를 달았고, 아베 총리는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자"는 데 방점을 찍었다. 관점이 다른 그야말로 '동상이몽'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또 "양국이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며 양국 협력방안에 상당한 시간을 소요해 발언했으나 아베 총리는 양국 관계보다는 북핵 문제에 중심축을 둔 채 "북한 문제에 대해 일본과 한국 그리고 일본.한국.미국 간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재확인하자"고 했다.

한편 양 정상은 이 자리에서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한다는 데 합의했다. 셔틀외교 복원과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대해서도 의견을 모았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