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펜스·日아베, 北김영남 피하려 文대통령 환영만찬서 '외교 결례'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올림픽 개회식 리셉션에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각국 주요 정상들과 자리를 함께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내외만 불참했다. 연합뉴스.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미 고위급 대표단 단장)과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9일 각국 정상들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을 환영하기 위해 열린 문재인 대통령 주재 환영만찬(리셉션)에 초대됐으나 같은 주빈석(헤드테이블)에 앉게 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대면을 피해 문 대통령의 환영사 연설도 듣지 않은 채 행사장 밖에서 대기하며 '고의 지각'을 범하는 등 외교 결례를 범했다.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의 연설 종료와 토마스 바흐 IOC(국제올림픽위원회)위원장의 건배제의 직후 장내 '카메라'가 빠지며 언론에 비공개로 전화되나 그제서야 아베 총리와 함께 행사장에 입장했으나, 각국 정상 및 귀빈들과 인사를 나눈 후 5분만에 곧바로 퇴장했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장인 김영남 상임위원장과는 악수를 나누지 않았다.

당시 상황은 이렇다. 평창올림픽 개회식 직전 이날 오후 5시20분께 부터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선 방한한 각국 정상 및 외교사절, 국내 주요 귀빈들을 상대로 한 기념촬영과 환영만찬이 열렸다. 문 대통령은 리셉션장 앞에서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네덜란드 빌렘 알렉산더 국왕 내외,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내외 등 속속 도착하는 정상급 귀빈들을 맞이하며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오후 6시. 행사 시작을 앞두고도 아베 총리와 펜스 부통령은 나타나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 귀빈들은 10분 가량 기다리다가 더 지체할 수 없어 행사장에 입장해 환영만찬 행사를 시작했다. 장내에선 이미 문 대통령의 연설이 종료된 상황. 문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이 아니었다면 한자리에 있기가 어려웠을 분들도 있다"면서 북.미 대표단장을 가리켰으나 펜스 부통령은 이 자리에 없었다.

그 시간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는 별도의 공간에서 대기하다가 두 사람끼리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베총리와 미국 펜스 부통령이 9일 평창올림픽 사전 환영행사에 입장하지 않은채 밖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바흐 위원장의 건배제의가 끝난 후 일부러 행사장 밖으로 나와 두 사람과 한·미·일 포토세션 행사를 가졌다. 이후 세 사람이 나란히 행사장에 입장한 시간은 오후 6시39분. 늦게라도 두 사람이 행사장에 합류하게 됐다고 봤으나 아베 총리만 헤드테이블에 착석했고, 펜스 부통령은 정상들과 악수만 나눈 뒤 약 5분 뒤(오후 6시44분)착석하지 않은 채 퇴장해버렸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펜스 부통령은 미국 선수단과 오후 6시30분에 저녁 약속이 돼 있었고, 우리 측엔 사전에 고지가 된 상태로 테이블 좌석 배치도 준비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이날 행사장 헤드테이블엔 펜스 부통령과 부인 카렌펜스 여사의 좌석이 마련돼 있었다.

아베 총리는 김 위원장과 주빈석에 함께 착석했으나 당초 청와대가 제시했던 좌석배치도 보다는 떨어져있었다. 초안엔 두 사람 사이에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만 있었으나 최종 좌석배치상 한정 중국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까지 끼어 있었다.
대북 강경노선을 강조한 펜스·아베 두 지도자가 북한 대표와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이 비춰지는 것을 극도로 꺼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펜스 부통령은 방한 전 우리 측에 "북한 측 인사들과 마주치지 않게 해 달라"고 유난스러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대화를 성사시키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