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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생활권 수목의 파수꾼, 나무의사

김원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1 17:03

수정 2018.02.11 17:03

[차관칼럼] 생활권 수목의 파수꾼, 나무의사

'숲세권(숲+역세권)'이라는 새로운 합성어가 등장했다. 주거공간과 인접한 녹지공간은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함은 물론 자산가치 상승과도 직결돼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근 아파트 분양광고에서 볼 수 있는 '○○숲 ○○파크' 같은 명칭이나 '숲세권 프리미엄을 누려라' 등의 문구는 생활권 수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방증한다. 오늘날 심각한 미세먼지와 이상고온 현상 등 환경적 요인으로 생활권 녹지공간의 가치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나무는 오랜 세월 자라면서 여러 원인에 의해 병들어 수세가 쇠약해지거나 수형이 파괴되고 심하면 고사하게 된다. 수목의 생태적.경제적 가치를 증진시키려면 나무의 건강한 생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무가 병들면 각종 생물적.환경적 피해가 발생하므로 전문가가 나무의 병을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할 필요가 있다.

병든 나무를 치료하기 위해 1976년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나무병원이 설립됐으나 법적 근거가 미약해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2010년 수도권 아파트 50개 단지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단지 내 수목의 방역 주체는 실내소독업체가 90% 이상이었으며, 고독성 약제 처리가 5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산림청에서는 2011년 7월 '산림보호법'을 개정해 수목진료에 관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조항(제21조의3)을 신설,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후 국공립 나무병원(13곳)과 수목진단센터(8개 대학)를 개원해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올바른 생육방법을 교육하는 등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민간 나무병원을 통해 학교.복지시설 등 다중이용 생활권 수목의 피해를 진단하고 처방전을 발급해주는 컨설팅을 매년 4000여건 지원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15년 365개 아파트.학교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는 생활권 수목진료에 대한 인식이 2010년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 고독성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며(56%→0%), 실내소독업체에 의한 방제도 감소했다(90%→28%).

그러나 진단 오류, 처리방법 미비 등 부적절한 약제사용 문제는 여전했다(79%→68%). 비전문가에 의한 방제는 수목의 건강성뿐만 아니라 약제 오.남용으로 사람의 건강도 해칠 수 있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으로 화학물질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커짐에 따라 전문화된 수목진료 체계 구축에 대한 정책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

생활권 수목진료 전문가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2016년 12월 '산림보호법'이 개정됐으며 올해 6월 28일부터는 '나무의사'와 '수목치료기술자' 국가자격이 신설된다. 수목의 피해를 진단.처방하는 '나무의사'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산림청에서 지정하는 양성기관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시험에 응시해 합격해야 한다. 나무의 피해 예방과 치료를 담당하는 '수목치료기술자'는 양성기관에서 정해진 교육을 이수하면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양성된 나무의사와 수목치료기술자는 '나무병원' 등록을 거쳐 수목진료를 할 수 있다.
나무의사 제도는 청년들에게 미래 산림분야를 이끌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오늘날 사상 최악인 청년실업률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랜 세월 나무가 사람에게 편익을 제공해온 것처럼 이제는 사람이 나무를 보살피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
나무를 가장 가까이서 돌보는 수목진료 전문가 제도가 활성화되면 쾌적한 생활환경이 조성되고 국민 건강도 함께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재현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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