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남북 단일팀만큼 어려운 해운 협력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1 17:04

수정 2018.02.11 17:04

[차장칼럼] 남북 단일팀만큼 어려운 해운 협력

'국내 해운사 간 협력은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그동안 각자도생에 매진해왔던 국내 해운사들의 공조 어려움을 올림픽 남북 단일팀에 빗대어 말하는 우스갯소리다. 오죽했으면 문재인정부 들어 부임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해운사 간 상생을 위한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김 장관은 해운사 대표들과 함께 서울 여의도 선주협회에 모여 '한국해운연합(KSP)'을 결성하는 세리머니에 지난해 직접 참여하기까지 했다. 국내 1위 컨테이너 선사였던 한진해운의 갑작스러운 청산사태 이후 한국 해운업계가 '뭉쳐야 산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대책이었다. 정부는 해운사뿐만 아니라 화주까지 협력의 큰 틀에 참여를 최근 독려 중이다.


국내 해운사들은 올해 들어 '메가 컨테이너선사' 창출을 염원하고 있다. 이윤재 한국선주협회장은 국내 해운사들의 생존을 위해선 메가 컨테이너선사가 절실하다고 연일 외치고 있다. 해운사 간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기우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M&A를 제외한 컨테이너선사 대형화는 해운노선 협력을 도출하는 것이다. 글로벌 노선을 단일 해운사가 모두 운행할 수 없기 때문에 해운사 간 협력은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한진해운 청산 이후 국적 컨테이너 선사는 현대상선과 SM상선뿐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진해운을 분할 인수한 현대상선과 SM상선은 북미 노선 협력을 두고서 신경전만 벌이고 있다. 'M&A 귀재'로 평가받는 우오현 SM상선 회장은 극히 일부 언론만을 통해 현대상선과 협력 의향을 소극적으로 피력했다. 그렇지만 SM상선이 영업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우 회장의 진의가 의심받고 있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의 북미 노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신흥 해운사인 SM상선의 등장으로 진땀을 빼기도 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SM상선의 협력 제의에 입을 꾹 닫고 있다. 현대상선은 오히려 외국계 대형 해운사와 협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한국 해운업계 위기는 아직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선사들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해운사 간 '통 큰' 협력은 아직 요원하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흑자전환에 매달리는 국내 대표 해운사, 대박을 꿈꾸며 M&A로 몸집을 키운 해운기업, 정부 지원금을 기대하는 중소 해운사 등 제각각 속셈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청산으로 국내 해운업계는 쓰라린 교훈을 얻었다.
국적 선사가 위기에 빠지면 국가 신뢰도도 함께 추락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항구에서 한진해운의 배가 억류돼 국제적 망신을 샀던 수모를 벌써 잊어선 안 된다.
한진해운 청산의 쓰라린 경험은 한 번이면 족하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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