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적자로 돌아선 건보, 지속가능한가

문재인 케어 뒤에 감춰진 고통 분담 솔직히 밝혀야

건강보험 재정이 올해 8년 만에 처음 1조2000억원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다. 건강보험공단이 12일 내놓은 자체분석 결과다. 요인은 올해부터 시행되는 문재인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즉 '문재인 케어' 때문이다. 현재 63.4%인 건보 보장률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70%로 끌어올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자는 내용이다.

문재인 케어는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가야 할 방향이다. 우리 국민의 의료비 본인부담률은 현재 36.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9.6%)의 거의 두 배다. 그만큼 건강보험이 보장해주는 범위가 좁다는 뜻이다.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각종 수술비, 치과 재료 등 현재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3800여개 비급여 항목을 모두 급여화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건보의 보장률을 높이는 데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된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추계에 따르면 2022년까지 보장률을 70%로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연간 57조원인 건강보험 지출액을 2022년까지 91조원으로 늘려야 한다. 방법은 보험료를 올리거나, 예산지원을 늘리는 것이다. 둘 다 국민의 혈세 부담을 늘리는 것이어서 극심한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건강보험 지출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의료비 지출액은 노인 인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는 진행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그 결과 노인 진료비가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노인 진료비 총액은 2008년 10조4904억원에서 2016년 25조187억원으로 8년 만에 2.5배로 늘었다. 전체 진료비 중 노인 진료비 비중도 29.9%에서 39.9%로 급증했다. 현재 678만명인 노인 인구는 2025년에 가면 1000만명을 넘게 된다.

건보 재정은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흑자를 냈으며 누적 적립금이 20조원을 넘었다. 그러나 문재인 케어가 마무리되는 2022년에는 그 규모가 11조원대로 줄어든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6년에 이마저도 모두 바닥날 것으로 전망한다.
이때가 되면 보험료율을 대폭 올리거나 대규모 예산지원에 의존해야 한다. 결국 국민의 혈세 부담으로 돌아온다. 건보의 보장성 확대는 필요하지만 그 속도는 국민의 부담능력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