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경제에도 '하나된 열정' 되살아나길

지령 5000호 이벤트
평창동계올림픽이 시작되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다시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치러지는 것이다. 그런데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과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하계올림픽에서는 개도국 선수들도 종종 좋은 성적을 거둔다. 반면 동계올림픽은 거의 선진국들이 장악하고 있다. 대부분 종목들이 정교하고 전문적인 연습시설과 고가의 장비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이나 종목 단체들의 충분한 재정적 지원 없이는 육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 선수단이 처음 참가한 대회는 1948년 스위스 생모리츠 대회로 임원 2명에 선수 3명이 고작이었다. 이후 44년 동안 노메달이었다가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대회에서 처음으로 빙상 부문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의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다. 나아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선수단은 20개의 메달과 종합 4위 성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되짚어본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동계스포츠에 대한 국가 또는 협회 차원의 뒷받침이나 국민적 관심이 충분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고 본다. 바로 세계 최고가 되고 싶어하는 선수들의 '열정'이다. 자신의 꿈을 향해 눈물과 땀으로 얼룩진 한 발자국을 내디디려는, 그 누구도 말리지 못하는 '정성'이었으리라 생각된다.

한국 경제가 이만큼 발전한 것은 바로 '열정'과 '정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주력산업들이 자본도 기술도 없는 불모지에서 싹을 틔우고 빠르게 성장한 힘은 그 누구의 지원이나 관심이 아닌 바로 국민과 기업들의 열정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주력산업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해운과 조선이, 그리고 철강이 그러하고 자동차와 IT가 기회의 땅이었던 중국에서 빠르게 밀려나고 있다. 지금 기업들은 미래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 여유가 있는 기업들조차도 어느 길로 가야할지 헤매고 있다.

그런데 흔히 업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정부가 규제를 풀고 금융 및 세제를 지원해주기만 하면 과연 우리 주력산업들은 옛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흔히 중소기업 관련 단체들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만 하면 글로벌 강소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수 있을까.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기만 하면 우리의 삶이 지금의 고단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필자의 대답은 '아니다'이다. 그 이유는 지금 국민도 기업도 정부도 모두 다 열정과 정성이라는 DNA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모 그룹의 사가(社歌)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다. "바친다.
이 정성을 조국 건설에." 솔직히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진 노래라 구태의연하고 요즘 세대들의 표현으로 하자면 구리다. 그러나 이 구절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한국 경제가 막 태동할 때 우리 국민과 기업들이 가졌던 열정, 그리고 우리 국민과 기업들이 가졌던 정성이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비 오듯 땀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잃어버린 DNA가 무엇인지를 깨달아보자.

주 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