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15년만의 북한 예술단 공연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2 16:32

수정 2018.02.12 16:32

[기자수첩] 15년만의 북한 예술단 공연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것 중 하나로 북한예술단 공연을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지난 8일과 11일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을 마친 북한예술단은 12일 북한으로 돌아갔지만 그들의 공연은 꽤 많은 화젯거리를 남겼다.

이들을 이끄는 삼지연관현악단 현송월 단장은 공연 준비를 위해 방남하면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무엇을 타고 내려와 어디를 갔고, 무엇을 먹고 입었는지 그 모든 것이 시시각각 알려질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15년 만에 이뤄진 북한예술단 공연은 생각보다 화려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반갑습니다'부터 '내 나라 제일로 좋아' 등 북한 노래를 비롯해 이선희의 'J에게' 등 국내 가요, '오페라의 유령' 등 오페라와 미국 팝음악까지 부르며 실력을 뽐냈다.


전통적 색채의 북한예술단 공연은 전 세계 유명 음악가와 연주자들의 공연에 익숙한 우리들의 눈에는 '좀 올드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그 공연의 질과 수준을 떠나 '평화'의 첫 발자국이라는 의미를 되새길 필요는 있다. 남북 긴장상태로 끊어졌던 남북 문화교류의 다리를 다시 연결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진전이기에 그렇다.

북한도 이를 의식한 듯 공연에서 체제 선전보다 '형제애'와 '화합'에 좀 더 집중했다. 방남 마지막 공연인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현송월 단장과 소녀시대 서현의 무대는 그래서 하이라이트였다. 당초 북한예술단 공연에서 남북 합동공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지만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 어떤 방식의 공연이 될지는 공연 당일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공연이 끝나갈 무렵 무대에 오른 현 단장은 통일을 주제로 한 노래를 단원들과 함께 불렀다. 서현이 북측 단원들과 함께 부른 '우리의 소원은 통일'은 관중 다수가 기립하며 함께 열창하기도 했다. 이날 공연의 마지막 곡은 '다시 만납시다'였다.

공연을 보면서 오랫동안 남북 합동 오케스트라의 꿈을 가져온 정명훈 지휘자의 말이 떠올랐다.
"음악은 뿌리와 역사가 깊어서 그 앞에 서면 누구든 어느 나라에서 왔다는 걸 금방 잊게 된다. 북한이나 중국이나 어디든 그렇다.
(공연을 통해) 어떻게든 남북이 더 가깝게 살아야 한다."

yjjoe@fnnews.com 조윤주 문화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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