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우주개발 민간 경쟁시대 열렸다....경쟁력은 ‘속도와 비용’

전채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8 11:24

수정 2018.02.18 11:24

정부 주도 우주개발에 민간 참여로 비용-속도 경쟁 본격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화성을 향해 로켓발사를 성공시키면서 우주개발에 민간 시대가 열렸다. 뒤이어 로켓랩, 블루오리진 등 기업들이 잇따라 우주개발 사업 계획을 내놓고 있다.

그간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주요 국가 정부가 주도하던 우주개발에 민간기업의 참여가 본격화 되면서 우주개발에도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또 항공우주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징조다.

18일 주요 외신과 과학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가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화성을 향해 대형 로켓을 발사하는데 성공하면서 우주개발 사업이 더 이상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만이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테슬라 수장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 우주항공업체다.
스페이스X가 화성을 향해 쏘아 올린 초대형 로켓은 ‘팔콘 헤비’다. 팔콘9 로켓 세 개가 묶인 크기다. 높이 70m, 폭 12.2m에 무게는 142만kg에 달한다. 무려 27개의 엔진이 장착돼 있다. 최대 1만6800kg의 화물과 승객을 화성으로 실어 나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로켓으로 꼽힌다.

스페이스X가 쏘아올린 팔콘 헤비./스페이스X
스페이스X가 쏘아올린 팔콘 헤비./스페이스X
■우주개발 민간경쟁 시대...비용·기술 경쟁 확산 예고
머스크를 비롯한 여러 민간 기업들이 우주 탐사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우주 기술 개발을 통해 다양한 산업에서 기술 파급 효과를 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돈이 되는 기술’인 셈이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에어백에 쓰이는 순간 작동 기술에는 로켓 점화 기술이 응용됐다. 아웃도어 의류에 쓰이는 고어텍스 원단은 우주복에 사용되던 소재다. 또 인공위성으로 위치를 추적하는 위성항법시스템(GPS)은 일상생활에서 필수요소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은 물론 스마트폰, 항공기, 선박 등 여러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우주선에 적용되는 단열 기술은 이제 일반 주택을 짓는 데도 활용된다. 우주 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 분야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주기술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투자 비용의 8배에 달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하지만 우주 탐사는 누군가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팔콘 헤비는 머스크가 공개한 화성 식민지 프로젝트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는 화성에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 지구로부터 사람과 화물 등을 실어 나를 계획을 갖고 있다.

■머스크의 경쟁력은 ‘속도와 비용’
그렇다면 과연 우주 탐사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민간 업체의 가장 큰 강점은 빠른 기술 개발 속도와 저렴한 발사 비용이다. 속도 면에서 나사와 민간 기업의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우선 나사가 목표로 하는 인류의 화성 도착 시점은 2030년이다. 차세대 우주발사시스템 ‘스페이스론치시스템(SLS)’이 활용될 예정이다.

반면 스페이스X는 2024년부터 인류를 화성으로 보내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 한 해 동안 소형 위성을 18번이나 쏘아 올렸다. 민간기업으로서는 가장 많은 횟수를 기록하며 나사를 견줄만한 발사체 기술을 갖췄다는 평가도 받았다.

발사 비용 역시 저렴하다. 스페이스X가 화성을 향해 대형 로켓 ‘팔콘 헤비’를 쏘아 올리는데 드는 비용은 9000만~1억5000만달러 수준이다. 나사 SLS 로켓 발사 비용의 10분의 1 정도다. 같은 비용으로 스페이스X가 나사보다 로켓을 더 많이 쏘아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로켓 발사 비용과 비교해도 나사보다는 민간 업체들의 발사 비용이 더 저렴하다.

팔콘 헤비 발사 비용이 낮은 비결은 바로 재활용이다. 고가의 로켓을 회수해 재활용 할 수 있다. 팔콘 헤비 추진체 3개 중 2개는 케네디스페이스센터로 되돌아오고 나머지 1개는 바다에 떠 있는 무인선박 위에 착륙해 다시 쓰일 계획이다.

■작지만 강한 ‘로켓랩’, 민간 우주선 만드는 ‘블루오리진’도 주목
저가 위성 시대를 연 '일렉트론'./로켓랩
저가 위성 시대를 연 '일렉트론'./로켓랩

지난달 21일 로켓랩은 자체시설에서 인공위성을 궤도에 쏘아 올렸다. 로켓랩은 뉴질랜드에 위치한 자체 발사 시설에서 로켓 ‘일렉트론’을 발사해 여러 개의 소형 인공 위성을 배치했다. 민간 업체로서는 세계 최초로 자체 시설에서 인공 위성을 쏘아 올리는데 성공하면서 ‘저가 위성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발상자 크기로 알려진 이들 위성은 지구를 관측하고 기상이나 해상 운송 활동을 관측하는데 사용된다. 크기는 작지만 발사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도 있다. 로켓랩은 현재 5대의 로켓을 제작하고 있고 1분기 중으로 다음 발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세운 블루오리진은 2020년 발사를 목표로 초대형 우주로켓 ‘뉴 글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2m에 이르는 높이에 45t의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만들어질 예정이다.

'뉴 셰퍼드'에 탑재되는 '탑승용 캡슐'./블루오리진
'뉴 셰퍼드'에 탑재되는 '탑승용 캡슐'./블루오리진

또 블루오리진은 2015년 11월 세계 최초 재사용 로켓 ‘뉴 셰퍼드’를 선보인 바 있다. 뉴 셰퍼드는 크기가 작은 민간 우주선이다.
뉴 셰퍼드 2호는 2016년 10월까지 총 다섯번의 시험 발사 후 지상 착륙에 성공한 뒤 퇴역했다. 블루오리진은 뉴 셰퍼드 3호를 이용해 이르면 올해 실제 승객을 태우고 우주로 향할 예정이다.


우주항공분야의 한 전문가는 "민간 업체들의 발빠른 기술 개발 덕분에 우주 여행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cherry@fnnews.com 전채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