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도넘은 트럼프 통상공세, 겁낼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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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연일 독설 퍼부어.. FTA 폐기 불사로 맞서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매우 나쁜 협정"이라며 "개정하거나 폐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2일에도 "무역적자를 바로잡기 위해 대미무역 흑자국의 제품에 상호세를 물릴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그들은 무역에서 우리 동맹국이 아니다"란 말도 했다.

미국의 무역보복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달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물리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상호세까지 동원할 태세다. 상호세는 동일한 제품에 상대국이 적용하는 수준까지 세율을 올리겠다는 의미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관세 대신 내국세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을 상대국의 불공정이나 FTA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게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미 상무부의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무역흑자국을 상대로 강도 높은 통상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지난해 무역적자는 5660억달러로 전년 대비 12.1%나 늘었다. 원인이 미국 기업들의 낮은 경쟁력에 있는데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통상공세의 주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은 강자의 횡포다. 한국의 대미흑자는 지난해 179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2.7%나 줄어들었다. 대미무역 흑자국 순위도 2016년 세계 6위에서 10위로 밀려났다. 우리가 미국산 천연가스 수입을 대폭 늘리는 등 성의 있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통상공세를 퍼붓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사냥감으로 선택한 듯하다. 미국측 통계를 기준으로 지난해 한국의 대미흑자는 중국의 16분의 1, 일본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일본은 차치하고 중국에 비해서도 유독 강도 높은 통상공세를 한국에 퍼붓고 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임이 분명하다.
통상공세에 위축돼 저자세로 양보한다면 미국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다. 한.미 FTA 폐기는 한국 못지않게 미국에도 손해다. 한국 협상팀은 FTA 폐기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