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총수 부재 롯데, 비상委가 중심 잡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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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도질 조짐.. '뉴롯데' 혁신 이어가야

재계 5위 롯데그룹이 충격에 빠졌다. 신동빈 회장(63)이 13일 법정 구속됐기 때문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다룬 1심 재판부는 신 회장에게 뇌물공여죄를 적용해 2년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롯데그룹은 졸지에 선장을 잃었다. 당초 신 회장은 재판이 끝나면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으나 감옥에 갇히고 말았다. 그는 대한스키협회장을 맡고 있다. 당장 친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14일 동생의 회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롯데는 뒤늦게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근 몇 년간 롯데는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신 회장이 연루된 재판만 두 건이다. 경영비리와 관련한 1심 재판에선 지난해 11월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형과 경영권을 놓고 다툰 분쟁이 그 뿌리다. 그땐 집유 덕에 수감을 면했으나 이번엔 달랐다. 여우를 피해서 호랑이를 만난 격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쇼크도 롯데에 큰 상처를 입혔다. 경북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내준 뒤 롯데는 보복의 표적이 됐다. 중국 내 롯데마트는 지금도 대부분 영업정지 상태다. 적자를 견디다 못해 매물로 내놨으나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유커 발길이 끊기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기업 역시 롯데다. 호텔.면세점이 주력사업이기 때문이다. 롯데는 국가안보 정책의 희생양이지만 불만을 드러내지도 못한 채 끙끙 앓고 있다. 이런 마당에 감사원은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를 둘러싼 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명박정부 때 일을 다시 들추겠다는 것이다.

신 회장이 힘을 쏟던 '뉴롯데'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롯데는 늘 일본기업이냐, 한국기업이냐는 국적 시비에 시달렸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이 같은 논란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총수가 감옥에 갇히면서 주력사 상장과 같은 과감한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게 됐다.

지금 롯데는 안팎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경영권 분쟁도 도질 조짐을 보인다. 이런 때일수록 비상경영위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항소심에 대처하는 게 급선무다. 신 회장은 2016년 5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제공했고, 같은 해 12월 롯데는 면세점 사업권을 땄다. 하지만 감사원이 2017년 7월에 발표한 감사 결과를 보면 롯데는 2015년 두 차례(7.11월)에 걸친 면세점 심사에서 부당하게 점수가 깎여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발표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70억원이 특혜의 대가인지를 놓고 항소심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총수 부재라는 어려움은 있지만, 비상경영위가 뉴롯데 혁신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