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세탁기 이어 철강까지...美 통상 공세에 정부 '당혹' 철강업계 '패닉'

미국 상무부가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 방안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했다.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통해서다. 정부는 당혹했고, 철강업계는 패닉에 빠졌다. 한국산 세탁기, 태양광 모듈에 대한 세이프가드(수입제한조치)에 이어 대 미국 주력 수출품인 철강에 대한 보호무역장벽 강화여서 파장은 컸다. 특히 정부와 철강업계가 그동안 미국 정부와 정치권을 대상으로 "한국산 철강이 미국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득해왔지만 전혀 먹혀 들지 않은 것으로 사실상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설 명절 연휴인 지난 17일 오후 4시. 서울 강남 한국기술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관합동 긴급대책회의는 이같은 분위기가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노타이 차림의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직접 주재한 대책회의에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 강학서 현대제철 사장 등 주요 철강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232조 보고서'는 미국 상무부가 백악관에 제출한 한국을 포함한 주요 철강 수출국에 대한 규제안 보고서다.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무역확장법 232조항이 근거다.

미국 상무부가 보고서에서 제시한 권고안은 3가지다. 1안은 모든 국가의 철강 제품에 일률적으로 최소 24%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것이다. 2안은 한국, 중국, 브라질, 러시아, 터키, 인도, 베트남, 태국, 남아공, 이집트, 말레이시아, 코스타리카 12개국을 대상으로 최소 53%의 관세를 부과하는 안이다. 3안은 나라마다 대미 수출액을 지난해의 63%로 제한하는 방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4월 11일까지 최종 결정을 한다.

2안 12개 국가에 대비 수출 1위 국가인 캐나다가 빠지고 한국이 포함된 것이다. 아울러 미국 이웃인 멕시코, 전통적인 우방인 일본 독일 대만 영국 등도 제외됐다. 반면 우리 정부는 '한국이 미국의 동맹이기 때문에 한국산 철강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해왔지만 무역 규제 대상국에 포함됐다. 미국 상무부도 12개 국가의 선정 기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한미 동맹을 근거로 철강은 예외일 것이라고 낙관하던 일부 전망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정부는 2안에 한국이 포함된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인을 분석하고 있지만 대미 수출이 많으면서 중국산 철강을 많이 수입하는 국가들이 포함된 것 같다"고 추정했다. 한국 철강업체는 중국산 강판을 강관으로 가공해 미국에 수출하기도 한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2안을 선택하면 한국은 다른 경쟁국과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수출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미국 상무부가 제안한 방안은 이미 적용 중인 관세에 추가로 부과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철강업계는 미국 정부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민관이 함께 미 정부, 의회, 업계 등에 대해 설득 노력을 함께 하는 한편, 시나리오별로 우리 대비 수출 파급효과에 대해 정밀 분석하는 등 피해 최소화 방안을 적극 강구하기로 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소송 등의 방법이 있지만 실효성은 낮다. 보호무역기조 강화에 따른 국가간 무역전쟁이어서 시간도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WTO의 결정은 미국의 정책을 강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 권고안에 따라 미국 정부가 수입산 철강에 대해 관세 및 쿼터 등의 조치를 실시할 경우, 대미 철강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한 만큼 총력을 다해 미국과 접촉을 늘려 설득할 계획"이라며 "아울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철강 수출 품목 및 국가 다변화 노력도 병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