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기금형퇴직연금’ 고용부가 결자해지를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8 16:37

수정 2018.02.18 16:38

[차장칼럼] ‘기금형퇴직연금’ 고용부가 결자해지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님을 직접 만난다면, 과연 2% 퇴직연금 성과에 만족하시는지 직접 묻고 싶습니다."

금투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고용노동부가 정부 역점사업이자 근로자의 안정적 노후를 위한 개선책으로 추진한 '기금형 퇴직연금'을 무산시킨 이후 금투업계의 상실감은 어느 때보다도 크다. 일각에선 기존 사업자와 새로운 사업 도입을 준비하는 업역 간의 먹거리 싸움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은 근로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2% 미만인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는 수년간의 공든 탑이 순식간에 무너졌다는 것이다.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3개 은행의 퇴직연금 확정급여(DB)형 수익률은 0.91%로 집계됐다.
오히려 전년(1.44%) 보다 0.53%포인트 축소됐다.(2018년 2월 7일 기준)

기금형퇴직연금 제도는 이미 복지 선진국인 호주, 미국 등에서 정착된 제도다. 기업이 사외에 독립된 퇴직연금 신탁기관(비영리법인)을 설립하고 전문가, 근로자, 사업주로 구성된 이사회나 운영위원회가 수탁법인과 자산운용 과정을 전반적으로 관리한다.

적립금 규모가 큰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도 여럿 참여하는 연합형기금에 참여해 대기업에 준하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어 근로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처럼 공 들인 관련 법안을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고용부가 막판에 틀어버린 것이다. 법제처 심사까지 마무리한 정부 입법안을 퇴짜 놓은 고용부의 공식 답변은 "아직 시장 여건이 덜 성숙됐다. 준비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수년간 당국은 물론 자산운용업계도 이에 걸맞은 상품을 내놓고, 관련 해외 유수의 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으며 성과 관리와 전문성 확보에 올인했는데 허탈할 따름"이라고 상실감을 표현했다.

특히 기금형퇴직연금 도입을 가장 먼저 제안한 주무부처가 다름아닌 고용부임을 상기해 볼 때 이번 법안 철회는 여러모로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용부와 학계가 기존 은행, 보험권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느슨한 성과관리 문화를 개선하고 근로자의 이익을 높이려는 취지에서 도입시키려 했던 기금형퇴직연금 무산은 여러모로 아쉬운 선택이다. 고용부는 이제라도 기금형 퇴직연금에 대해 전향적 자세를 가지고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다.
근로자의 복지와 노후 보장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kakim@fnnews.com 김경아 증권부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