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탈원전에 4년만에 적자로 돌아선 한전

값싼 원전 가동률 50%대.. 전기료 인상은 시간 문제

한국전력공사가 작년 4.4분기 1294억원의 적자를 봤다. 2013년 2.4분기 이후 4년6개월 만에 영업손실이다. 가장 큰 원인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다. 값싼 원전 대신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전기를 사서 쓰면서 비용이 급증해서다. 실제 지난달 ㎾h당 전력 구매단가는 원전이 68.1원, LNG가 126.2원이었다. 결국 전기요금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원전은 24기 가운데 10기가 정비를 이유로 가동을 멈췄다. 2000년 이후 17년 동안 원전 가동률은 평균 88.6%였는데 올 1월 57.5%까지 곤두박질쳤다. 원전 가동률이 뚝 떨어진 것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정비.점검을 전보다 까다롭게 하기 때문이다. 원전은 보통 1년에 2~3개월 정비를 한다. 그런데 고리 3.4호기, 신고리 1호기는 1년 넘게 점검 중이다. 물론 안전검사를 까다롭게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원전을 절반 가까이 세우고 안전점검을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이번 겨울 들어 정부가 기업들에 전력 사용을 줄여달라고 요구하는 급전지시가 10회 있었다. 전력수급이 간당간당할 때 하는 급전지시는 2016년까지 3회밖에 발동되지 않았다. 강추위로 전력소비는 급증하는데 멀쩡한 원전은 세워놓고, 기업에는 세금을 주면서 공장을 멈춰 달라고 부탁하는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석탄발전이 큰 폭 늘어난 것도 문제다. 작년 석탄발전량은 사상 최대다. 12월치를 빼고도 과거 어느 해보다 석탄발전량이 많았다. 석탄발전 비중도 지난해 43.2%로 덩달아 높아졌다. 가뜩이나 석탄발전은 더 이상 싼 발전원도 아니다. 지난해 석탄 국내 도입단가는 t당 104.4달러로 전년보다 51%나 치솟았다.

무턱대고 밀어붙인 탈원전 때문에 환경은 오염되고, 발전단가는 크게 오르는 부작용을 부른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5년 임기 중 전기요금을 올리는 일은 없다고 했지만 두고 볼 일이다. 한전은 2011년과 2012년 대규모 영업손실을 낸 뒤 2013년 흑자로 돌아섰는데 당시 전기요금을 2차례나 크게 올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고 2030년까지 100조원 들여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늘리겠다고 한다. 물론 방향은 맞다. 문제는 속도다. 지난주 국회 연구모임인 융합혁신포럼 주최 에너지믹스 토론회에서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연구원은 "탈원전 때문에 2011년 대정전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작년 말 확정된 8차전력수급계획에서 미래 전력수요를 너무 적게 잡아서다. 국가에너지 정책은 백년대계다. 환경, 안전, 가격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안정적 전력공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