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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평창이 보여준 ‘대한민국 소프트파워’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9 17:01

수정 2018.02.19 17:01

[fn논단] 평창이 보여준 ‘대한민국 소프트파워’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강대국들이 휘두르는 하드 파워에 주눅이 들어 있던 국민들에게 동계올림픽 개회식은 오랜만에 자부심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전통문화와 한류 대중문화 그리고 IT기술의 창의적 융합은 우리 문화의 저력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유구한 전통 문화유산 위에 정보기술(IT)을 접목시킨 공연들은 전 세계인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고, 특히 2000년대에 들어와 각광받고 있는 한류 대중문화의 깊이와 독특성이 행사 콘텐츠 곳곳에 스며들어 문화적 차별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또한 성화 점화를 포함해 모든 행사 진행이 세계적 수준이었으며 패션, 음악 등에서도 어디에 뒤지지 않는 저력을 발휘했다.

혹자는 개막식 참여자들이 함께 부른 비틀즈의 '이매진' 대신 우리 음악을 알려야 했다는 아쉬움을 말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탁월한 선택이었다.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평화의 노래'를 우리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뮤지션들이 각자의 색깔로 당당하게 불러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우리 음악은 세계를 향해 억지로 알려야 하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선수 입장식의 긴 시간을 모두 K팝 음악으로 채우면서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정도가 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북한 응원단과 공연단이다. 2002년과 2003년 이미 남한에 선을 보였고 이번에도 많은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우리 눈에는 15년 전과 거의 달라진 게 없었다. '일사불란'만이 신기할 뿐이다. 매력 없는 '신기'만으로는 소프트파워를 만들어낼 수 없다.

또 다른 흥미는 금메달 스타와 함께한 높으신 정치인들의 위상이다. 과거 후진 사회에서는 '높으신 분'들의 뜬금없는 응원이라도 '감사하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스타 옆에 설수록 상대적으로 초라함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셀렙이나 스타로 표현되는 매력 있는 개인들의 권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반면 (아직 실감을 못할지 모르지만) 정치인들의 하드 파워는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지난 15년을 돌이켜보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중공업과 반도체, 휴대폰 등 IT산업이 중심 역할을 하면서 1인당 개인소득이 약 3배 성장을 이뤘다. 이런 비약적 성장에는 문화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이 국가 브랜드 측면에서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특히 드라마와 K팝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 한류 붐이 일어났고 우리 콘텐츠에 대한 유튜브 조회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한국의 문화산업 규모는 기업 매출총액 기준으로 100조원을 넘겼으며 한류의 경제적 가치가 200조원을 상회하는 등 경제성장의 핵심 축으로 성장했다. 드라마와 K팝뿐만 아니라 영화, 게임, 만화 및 캐릭터, 출판, 음식,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 콘텐츠들이 국가 브랜드를 업그레이드하고 소프트파워를 제고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보여준 저력도 이런 산업적 기반 위에서 창출됐다고 할 수 있다.


선진국 수준의 국가 경쟁력은 결코 기술과 생산력만으로 이뤄낼 수 없다. 독특하고 매력 있는 문화역량과 이를 경제사회적 가치로 만들어내는 문화산업이 발전해야 가능하다.
다행히 평창 동계올림픽은 우리에게 아시아 최고 수준의 소프트파워를 보유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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