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국격과 대통령 전용기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9 17:02

수정 2018.02.19 17:02

[차장칼럼] 국격과 대통령 전용기

똑같은 패턴이다. 세월이 10년 넘게 흘렀지만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공군 1호기'(에어포스원)로 불리는 대통령 전용기 도입에 대한 논란 말이다. 집권 여당이 전용기 구매 필요성을 제기하면 야당은 비용 문제를 들어 반대한다. '현재 대통령이 아닌 차기 대통령을 위한 것'이라는 설득도 먹히지 않는다. 지난 2010년 여야가 어렵게 전용기 구입에 합의했지만 가격 문제로 무산됐다.
때문에 아직 대한민국에는 전용기가 없다.

현재 전용기는 정확하게 말하면 '전세기'다. 5년에 한 번씩 대한항공과 장기임차 계약을 맺어 빌려 쓴다. 전세기 전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민간 항공기를 번갈아 이용하는 '특별기' 형태로 운영됐다. 지난 2010년 4월부터 대한항공 보잉 747-400(2001년식) 기종을 전세기로 사용하고 있다.

정부와 대한항공 간 전세기 임차기간이 오는 2020년 3월로 다가오자 여당이 또다시 전용기 도입 문제를 꺼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평창올림픽까지 치른 상황에서 더 이상 전용기 도입 논의를 계속 미뤄서는 안된다고 본다"면서 "앞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가면서 국회 차원에서도 관련 입법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야당은 "지금 방식으로도 문제없다"며 반대 입장이다. 이번에도 '도돌이표'처럼 반복된다.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위임받아 대통령직(presidency)을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전용기 도입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대통령의 정책과 행보에 대해 얼마든 비판할 수 있지만 이를 전용기 도입 반대로 이어가는 것은 너무 1차원적 접근이다. 대통령직에 대한 존중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과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각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제회의를 취재하다 보면 선진국의 대통령직에 대한 존중 문화가 부러울 때가 많았다. 전용기도 부러움 중의 하나였다. 전세기조차 마련하지 못해 민간 항공기 로고가 선명히 박힌 특별기를 타던 당시, 공항에서 똑같이 생긴 미국 전용기 3대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옆에는 일장기가 선명한 일본 전용기 2대가 나란히 서있는 것을 목격하고는 자존심까지 상했다. 당연히 경호 때문이다. 겉모습이 똑같아 어디에 대통령이 탔는지 모른다.
미 대통령이 탄 비행기가 최종 에어포스원(Air Force One)이 되며 나머지 2대엔 수행원이 타고 경호장비가 실린다.

경호를 위해 2대, 3대는 사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5년에 한 번씩 재계약해서 20년 된 전세기를 또다시 사용하는 것에서 이제 벗어났으면 한다.
여야 정치권도 전용기 도입 문제를 정쟁의 이슈로 논하지 말고 국격(國格) 차원에서 접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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