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일반

아직도 차 사니?"...'빌려타는 차(카셰어링)' 사업에 돈 몰린다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5 10:49

수정 2018.02.25 10:49

# 미국 최대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완성차를 생산하던 한국 군산공장 폐쇄했다. 앞서는 유럽 자회사 오펠의 벨기에 앤트워프 공장을 폐쇄하고 유럽 전역에서 8300명의 직원을 해고하는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반면 GM이 돈을 쏟아붓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차량 공유(카셰어링) 서비스'다. GM은 2016년 차랑 공유서비스 회사 '메이븐'을 설립, 미국 각지에서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버의 라이벌이자 미국 2위 차량 공유업체인 리프트에 5억달러(약 5367억원)를 투자했다.
지난해엔 사용자에게 월정액을 받고 차량을 빌려주는 서비스도 개시했다. 한 달 1500달러(약 168만원)면 기간 동안 자기 차처럼 마음껏 자동차를 바꿔 탈 수 있다.

[사진=BMW 드라이브나우 페이스북]
[사진=BMW 드라이브나우 페이스북]
카셰어링과 카헤일링(자동차 호출)이 미래 자동차 산업의 거대한 축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물론 거대 IT기업들까지 잇따라 투자에 나서 돈이 몰리고 있다.

25일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360억달러 수준이던 글로벌 차량공유 시장규모가 2030년엔 285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최대 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는 2030년에는 카셰어링 시장이 전체 자동차산업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초기 카셰어링 시장의 주축은 IT기업들 이었다. 차량의 공급과 수요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차량공유 서비스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우버'다. 2009년 설립된 우버는 58개국, 361개 도시에 진출했으며, 한 때 시가총액이 700억달러(약 74조8500억원)까지 치솟았다.

[사진=벤츠 카투고 공식 홈페이지]
[사진=벤츠 카투고 공식 홈페이지]

■벤츠·BMW·도요타 등 완성차 업체들.. 이유있는 '차량공유' 외도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독자적인 차량공유 서비스 플랫폼 개발보다는 차량공유 업체에 투자하거나 렌터카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유럽의 차량공유 시장을 이끄는 건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다. 벤츠의 모회사 다임러는 2008년 독일에서 자회사 '카투고(car2go)'를 설립해 차량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독일에서 처음 시작한 카투고는 현재 유럽·미국·아시아 등 전 세계 26개 도시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벤츠의 성공을 지켜본 BMW는 2011년 '드라이브나우'라는 자회사를 BMW 본사가 있는 독일 뮌헨에 설립했다. 후발 주자인 BMW는 소속 브랜드인 미니와 BMW 전기차·SUV·세단 등 인기 차종을 제공하는 전략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현재 유럽 지역에서 5400여대를 서비스 중이다.

일본의 도요타는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렌터카 사업을 카셰어링으로 확대한 경우다. 렌터카 사업의 인프라와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2012년 카셰어링 서비스 '라쿠모'를 시작, 현재 도쿄와 오사카 등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위한 자체앱도 개발했다. 뿐만 아니라 도요타는 그동안 글로벌 카셰어링 업체에 투자를 진행해왔다. 우버에 1억달러를 투자하면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동남아판 우버라고 불리는 '그랩'이 진행 중인 투자금 유치에도 참여했다.

[사진=디디추싱 공식 홈페이지]
[사진=디디추싱 공식 홈페이지]

■美·中·日 거대 IT기업들도 눈독
글로벌 IT기업들의 차량 공유 서비스 투자도 활발하다. 가장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소프트뱅크는 지난 1월 우버의 최대주주가 됐다. 두 달 간에 걸친 지분 인수 작업을 통해 소프트뱅크 주도의 투자자 그룹은 최종적으로 17.5%의 우버 지분을 넘겨 받았으며, 소프트뱅크는 단독으로 15%의 우버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단독 투자액만 77억달러(약 8조원)에 이른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중국의 디디추싱, 싱가포르의 그랩, 인도의 올라, 브라질의 99, 러시아 얀덱스 등 세계 각국의 1위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지분 상당량을 보유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자율주행 기술 부상으로 차량공유 서비스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리프트에 10억달러(1조1천300억 원)를 투자했다. 두 회사는 자율차 공동개발에도 합의하는 등 다각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애플은 중국의 차량공유서비스 디디추싱에 10억달러를 투자했다. 디디추싱이 받은 단일 투자금액으로는 최대였다. 이를 통해 애플은 중국의 교통 관련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은 2016년 우버의 중국 법인 우버차이나를 인수, 점유율이 93%에 이르며 중국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중국 내 사업에 집중하던 디디추싱은 지난해부터 전 세계 차량 공유업체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차량 공유서비스 시장을 무서운 기세로 집어삼키고 있다. 지난해 디디추싱은 리프트는 물론 브라질의 99, 인도의 올라, 싱가포르의 그랩, 에스토니아의 택시파이 등 각국을 대표하는 차량 공유 업체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중동, 아프리카까지 진출하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디디추싱은 터키,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 모로코 등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 80개 도시에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림'에도 투자했다. 지난 1월에는 아예 브라질 최대 차량 공유업체 99를 인수했다. 현재 중국에서만 영업 중이던 디디추싱은 올해 첫 해외 진출지로 멕시코를 택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차량공유 확산으로 2030년에는 일반소비자의 자동차 구매가 현재보다 최대 연간 400만대 감소하고 차량공유용 판매는 200만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 차'에서 '공유'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것이다. 특히 완성차 업계는 미래 완전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차량공유 서비스 시장이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글로벌 업계들이 자율차 개발과 함께 마치 한 몸 처럼 차량공유 서비스에 눈독들이는 이유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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