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감사 자제하겠다는 감사원, 실천이 관건

지령 5000호 이벤트

드론 등 5개 신산업 대상.. 과거 정권 실패 교훈삼길

감사원이 20일 규제 혁파를 위한 감사운영 개선방안을 내놨다. 공직자가 적극적으로 일하다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면책을 강화하는 동시에 과도한 자료 제출 등 피감기관의 부담을 줄이는 게 골자다. 눈에 띄는 대목은 법.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드론 등 5개 신산업분야 감사 자제다. 감사원이 공개적으로 '감사 자제' 분야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공무원이 규제 해석을 폭넓게 하다 발생한 잘못에 대해서는 감사기준을 달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혁신성장은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이른바 'J노믹스'의 양대 축이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 속도가 더디다고 장관들을 질책했다. 규제 혁파 없는 혁신성장은 공염불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악명 높은 규제공화국이다. 세계 100대 혁신기업 사업모델 가운데 절반이 한국에선 불법이다. 세계 137개국 가운데 한국 경제규모는 11위인데 정부규제 부담은 95위라는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전봇대, 손톱 밑 가시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정권마다 대통령까지 나서 규제완화를 외쳤지만 규제는 되레 늘어났다.

늦었지만 감사원이 규제 혁파를 위해 감사운영 방안을 개선하겠다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규제 혁파는 공무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데 이를 고칠 구체적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데 감사운영 개선을 위한 안팎의 기구가 너무 많다. 이번 대책에서만 적극행정면책자문위원회, 적극행정지원단, 감사운영협의회 등 3개다. 물론 법과 규정대로 움직이는 공무원의 고충을 모르진 않지만 의사결정을 신속히 할 방안도 함께 찾길 바란다.

최 원장은 취임사에서 "적극적인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잘못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면책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실천이다. 면책제도가 없던 것도 아니다. 이 제도는 2009년 도입됐지만 성과는 별로 없었다.
요건이 추상적인 데다 공무원들이 신뢰를 못해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규제 혁파가 성과를 보려면 공무원들의 의식 변화가 먼저다. 이번엔 면책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