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자동차-업계·정책

한국GM의 ‘정상화’·‘한국 철수’, 분기점은 모두 ‘임단협’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0 19:03

수정 2018.02.20 19:03

시나리오로 본 한국GM의 운명
향후 키를 쥔 임단협
임금조정 성공땐 경영정상화, 실패땐 최악의 경우 한국철수
신차배정도 변수로
신차 생산물량 배정규모에 다른 공장들 가동률 결정돼
한국GM의 ‘정상화’·‘한국 철수’, 분기점은 모두 ‘임단협’

한국GM의 임단협이 생사를 가를 분수령이 되고 있다. 정부 지원에 앞서 노사의 뼈를 깎는 자성과 쇄신만이 자생력 강화의 첫걸음이라는 인식이 안팎에서 확산되고 있어서다. 특히, 비용구조 개선 등을 위한 노사의 대승적 결단없이는 GM본사의 신차배정과 정부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한국GM은 물론 업계 전문가들도 임단협이 회생 또는 철수를 결정짓는 중대기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정상화 VS.철수 시나리오

20일 업계 전문가들이 관측한 한국GM의 정상화 및 철수 시나리오의 시작점은 공통적으로 임단협이다. 노조의 고통분담 여부에 따라 한국GM의 운명도 180도 바뀔 수 있다고 한목리를 내고 있다.
한국GM이 정상궤도로 진입하기 위한 최상의 시나라오는 임단협을 통한 인건비 등 조정→비용구조 개편→(3월)신차 배정→GM본사 투자계획 수립→한국 정부의 지원→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정상화 작업 순이다.

노사의 첨예한 대립으로 올스톱된 임단협을 재개해 과도한 임금 및 비용부담을 낮추면 다음달 GM본사가 한국GM에 신차를 배정하는 그림이다. 신차 배정후 GM본사가 유상증자 등을 통한 한국 투자계획을 밝히고, 정부도 동참해 지원규모를 확정하게 되면 한국GM의 악화된 재무구조와 실적이 점차 개선될 것이란 예상이다.

GM본사가 그동안 지적해온 한국GM의 고비용 구조 개선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정부의 긴급수혈이 모두 이행되는 게 전제조건이다. 한국GM의 고비용 구조부터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백약이 무효'라는 GM본사의 판단도 반영된 시나리오다. GM도 이런 자구안이 임단협에서 도출돼야 한국 정부의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반면, '한국GM 철수'라는 최악의 상황도 예상되고 있다. 임단협 인건비 조정 실패→노조반발 등 파업사태→(3월)신차 생산계획 불투명→GM신규투자 유보 또는 취소→정부지원 불가방침→부평 및 창원공장 가동 중단 순으로 진행될 경우이다. 한마디로 노조의 고통분담없이는 한국GM의 본격적인 회생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현재 한국GM 임단협은 지난 7일과 8일에 각각 1,2차교섭을 진행한 이후 표류중이다. 군산공장 페쇄 결정이후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3차 교섭일정은 안갯속이다. 회사측은 조만간 노조에 교섭재개를 요청해 고통분담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접점 모색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차배정이 절실한 이유

한국GM 시나리오 전개의 출발점인 자구안에서 임단협 다음으로 중요한 지점은 신차배정이다. GM본사가 다음달 한국에 신차계획을 어느 규모로 배정 할지도 회생 의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GM은 통상적으로 2월 말에서 3월사이에 전세계 사업장을 대상으로 신차 생산 물량을 배정해왔다. 임단협의 첫관문을 넘어서도 신차배정이 신통치 않으면 한국GM의 장기적인 운명도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변속기 등 부품생산기지인 보령공장을 제외하고 부평공장, 창원공장은 각각 가동률이 100%, 80% 수준이다. 문제는 모델 노후화로 올해 신차생산계획을 잡지 않으면 혈세를 투입하고도 2020년이후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부평공장에서 생산되는 주력 모델은 트랙스와 말리부이다. 한국GM의 주요 모델 생산 계획에 따르면 트랙스는 오는 2020년, 말리부는 2022년에 현재 모델 기준으로 단종될 예정이다. 풀체인지 모델 등 신차 개발 및 생산계획이 3~4년전부터 시작되는 것을 감안하면 트랙스 후속모델 개발은 올해 시작해도 늦은 셈이다.

한국GM의 볼륨모델 스파크를 생산하는 창원공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스파크는 2021년에 모델교체주기에 들어서고, 오펠에 수출하는 물량도 같은시기에 끊길 예정이다.
오펠은 현재도 스파크 5만대, 트랙스 10만대를 한국GM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오펠은 2020년전후로 국내 생산되는 차량을 수입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오펠수출 물량을 상쇄할 만큼 파괴력 높은 신차 배정과 생산물량이 잡혀야 한국GM의 장기적인 생존이 가능하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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