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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사상 첫 법정 가상화폐 발행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1 11:14

수정 2018.02.21 11:14

베네수엘라 정부가 20일(현지시간) 전세계에서 최초로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법정 가상화폐를 발행했다고 CNN머니가 보도했다.

초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법정화폐인 볼리바르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되자 이론상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금이나 석유로 교환이 가능한 가상화폐를 발행키로 한 것이다.

가상화폐 이름은 석유를 뜻하는 '페트로'로 정해졌다.

사전 판매 목표가는 1페트로에 60달러(USD)이고 외국 주요 통화로만 살 수 있다.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어진 베네수엘라 볼리바르로는 살 수 없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페트로 판매를 통해 230억달러를 거둬들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페트로 투자자들은 확인된 석유매장량 규모가 세계 최대인 베네수엘라의 석유로 지급을 보장하는 가상화폐를 갖게 되지만 베네수엘라 석유에 대한 직접 소유권은 없다.

일부 투자자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동안의 사정이야 어떻든 혁신적인 발상으로 중동, 유럽, 아시아로부터 투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은 페트로 발행이 해결할 수 있는 경제문제는 실상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식료품 부족, 유일한 외화수입원인 석유 생산 급감, 국민들의 대규모 외국 탈출 러시 등 베네수엘라가 당면한 문제를 페트로는 결코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베네수엘라는 계속된 경제난으로 사실상 국가부도 상태이다. 채권 소유주, 석유업체들, 항공사들, 중국, 러시아 등 채권자들에게 갚아야 할 돈만 약 1410억달러 규모다. 이는 지난해 가을 신용평가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의 추산으로 그동안 불어났을 이자비용만도 상당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갚지를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한 상태다. 석유라는 풍부한 자원을 깔고 앉고 있음에도 부패와 정치 난맥상이 국가를 위기로 빠뜨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독재자' 소리를 듣는 니콜라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철권 정치가 유럽과 미국의 경제제재로 이어지면서 파탄난 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 등의 제재는 페트로 발행에도 부정적이다. 지난해 8월 미 행정부는 마두로 정권에 금융제재를 가해 미국에 사업장이 있는 기업들은 베네수엘라 신규 국채를 살 수 없도록 했다.

이는 페트로 수요를 크게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또 페트로를 일단 산 뒤에 매각이 가능한지 여부도 불분명해 투자자들이 선뜻 나서기 힘든 구조다.

한편 베네수엘라 제재는 강화될 전망이다. 마두로 행정부는 어떤 경쟁자도 참여가 허용되지 않은 상태로 4월 22일 대통령 선거를 치를 예정이고 이는 제재 강화를 부를 수밖에 없게 됐다.
앞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최근 중남미를 방문한 자리에서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의 유일한 수입원인 석유수출을 봉쇄하겠다면서 미국의 베네수엘라 석유수입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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