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법원 '어금니 악마' 이영학 사형 이유는? 선고되자 '눈물'(종합 2보)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1 16:23

수정 2018.02.21 16:30

딸의 초등학교 동창인 중학생을 유인해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검찰이 사형을 구형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21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딸의 초등학교 동창인 중학생을 유인해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검찰이 사형을 구형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21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중생을 성추행하고 살해·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영학(36)에게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다. 이영학은 자신의 범행 사실이 열거될 때마다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아내다 사형선고 이후에는 눈물을 보였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성호 부장판사)는 이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살인, 추행유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영학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인간 존엄성 훼손"
재판부는 이영학의 범행 수법이 잔혹하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14세에 불과한 피해자에게 졸피뎀 성분이 들어있는 마약류를 먹이게 했고 중간에 깨어날 것을 대비해 주사기로 다시 마약류를 강제 투입해가며 24시간에 걸쳐 영양 공급을 하지 않았다”면서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침대에 눕힌채 가슴과 엉덩이 등을 만지고 얼굴을 비비는 등 성인의 관점에서도 변태적이고 가학적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추행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가 반항하자 얼굴에 젖은 수건을 덮고 입과 코를 있는 힘껏 누른 뒤 다시 넥타이로 목을 졸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범행이 추악하고 잔인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이영학의 반성문에 대해서도 진의가 의심된다며 반성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영학은 법정에 이르기 전까지 미안하다는 내용의 반성문을 썼다”면서도 “반성문의 전체적인 문맥과 법정에서 진술 태도에 비춰 진심어린 반성보다는 경한 벌을 받기 위한 위선적인 것이었다고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신의 엽기적인 범행에 딸을 가담하게 한 것을 보면 딸의 장래를 위한 마음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재판에서 감형을 위한 수단이 아닌가 의심마저 든다”고 밝혔다. 이영학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듣자 이마에 맺힌 땀을 연신 닦아냈다.

재판부는 또 “아내를 잊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아내의 몸에 전신 문신을 시키며 허벅지와 사타구니에 글을 새기게 하고 불특정 남성과 성관계 동영상을 찍으며 처를 감시했다”며 “아내는 사망할 때까지 비인간적 행위를 당하는 등 처참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영학이 사회에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는만큼 영원히 격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영학은 반성없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동영상을 올리는 등 피해자에 대한 연민이나 죄책감, 반성을 찾아볼 수 없다”며 “선고일 직전까지 수사에 불만을 제기하고 형에 대해서는 석방되면 죽이겠다고 말한 것을 종합해볼 때 더욱 잔혹하고 변태적인 성향을 보일 것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회 전반이 피고인이 등장하는 순간 불안과 공포에 떨게되는 점을 고려할 때 개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사형을 대체할 수 없다고 보인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이영학은 사형선고를 듣자 쓰고 있던 안경을 벗은 채 눈물을 흘렸다.

재판부는 공범혐의를 받는 이영학의 딸에 대해 장기 6년에 단기 4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딸은 이영학이 (피해자에게) 성적인 접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물론, 사망한 자신의 어머니를 대신해서 이영학으로부터 성적학대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비판적으로 행동했다”며 “피해자를 집에 남겨둔 채 다른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서 놀았으며 피해자 어머니가 전화했을 때는 태연하게 모른다고 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비인간적인 행위일 뿐만 아니라 미성년자를 보호하고 생명을 존중해야하는 근본적인 가치가 훼손되고 사회 결속에 있어 중대한 범죄가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 자체도 나이가 어리고 어떤 처벌경력도 없는데다 부모의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왔으며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영학의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를 받는 박모씨(37)에 대해 “정황상 피해자가 사망한 것을 알면서도 차량을 제공하는 등 도피를 도운 것으로 판단된다”며 징역 8개월을, 보험사기 혐의를 받는 이영학의 형(40)에게는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영학 등장 순간, 사회 전반이 불안"
이영학은 지난해 9월 30일 딸을 시켜 A양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추행하고 다음날 넥타이와 젖은 수건 등으로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영학은 A양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마시게 한 뒤 정신을 잃자 성추행을 저질렀고 A양이 깨어나자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영학은 딸과 함께 A양의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어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싣고 강원 영월군 야산으로 이동해 유기한 혐의를 받았다.
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내 최모씨에 대한 상해·성매매알선 혐의, 자신의 계부가 최씨를 성폭행했다고 허위로 경찰에 신고한 혐의(무고), 딸의 치료비로 쓴다며 후원금을 모집해 치료비로 쓰지 않은 혐의(사기)·기부금품법 위반·보험사기 혐의 등도 받았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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