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한국GM 구조조정 사령탑은 누구인가

지령 5000호 이벤트

산업장관이 나서는 게 맞나.. '관계장관회의' 재가동해야

한국GM 사태가 조건부 지원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1일 국회에서 "정부가 한국GM을 살릴 생각은 있느냐"는 질문에 "궁극적으로 그렇다"고 말했다. 단 필수조건을 달았다. 먼저 한국GM이 "불투명한 경영문제를 개선하고, 장기투자 플랜과 고용안정성(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게중심은 '지원' 쪽으로 쏠린 듯하다. 이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뒤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산업부에 맡긴다고 했을 때 예견한 일이다.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를 선언한 뒤 정치권은 벌집을 쑤신 듯하다. 20일 미국 GM 본사의 배리 앵글 총괄부사장이 국회를 찾았다. 이 자리엔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해 주요 정당의 GM사태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이 우루루 나왔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자리 카드를 내민 GM의 노림수가 적중했다. 돈줄을 쥔 건 우리다. 국회는 좀 자중할 필요가 있다.

정부 쪽 책임자로 백운규 장관이 나선 것도 불안하다. 개인 역량을 말하는 게 아니다. 산업부 장관은 본능적으로 기업을 살리려 애쓴다. 부실기업 정리는 손에 피를 묻히는 험한 작업이다. 백 장관은 이 일에 적임자가 아니다. 과거 구조조정 실무를 금융위원장에게 맡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금융은 산업보다 금융 논리를 앞세운다. 이 역시 부작용은 있지만 한계기업을 정리하는 데는 효과적이다.

애써 만든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가 개점휴업인 것도 유감이다. 지난 2015년 박근혜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한다는 결정을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내렸다. 이를 두고 밀실 논란이 일자 이듬해 6월 정부는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관계장관회의'를 신설했다. 부총리가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정작 필요할 때 이 회의체는 무용지물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보이지 않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존재감을 찾을 수 없다.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 역시 유구무언이다. 이래선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안이 복잡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해법이 보인다. 한국GM은 사기업이다. 원칙적으로 회사 운명은 노사가 알아서 할 일이다. 생존이 어려우면 법원에서 회생절차를 밟게 내버려두라. 그게 시장의 룰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섣불리 끼어들면 안 된다. 세금을 쓸 때는 더 그렇다. 그 대신 정부는 타격을 입은 근로자와 지역 경제를 보살피는 데 주력하면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군산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관계장관회의'도 즉시 재가동하길 바란다. 부총리, 산업장관, 금융위원장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GM에 끌려다녀서도 안 되고, 끌려다닐 이유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