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펜스-김여정 비밀회담 약속 잡았지만 北 취소로 불발"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1 17:16

수정 2018.02.21 21:19

美, 핵포기 메시지 전달 계획.. 北, 실익 없다 판단한 듯
이방카 23일 방한 예정.. 北 고위급과 깜짝만남 기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오른쪽)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0일 두 사람이 참석하는 미국과 북한의 회담이 북한의 제의로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회담 2시간 전 북한측 취소 통보로 불발됐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오른쪽)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0일 두 사람이 참석하는 미국과 북한의 회담이 북한의 제의로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회담 2시간 전 북한측 취소 통보로 불발됐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앞서 잠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앞서 잠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인 10일 비밀리에 미국과 만남을 추진했지만 불발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북·미 회담이 성사됐다면 북한에 모든 핵과 탄도미사일 야망을 포기하라는 메시지를 전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23일께 방한하는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이 계획했던 탈북자와 만남을 보류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평창 외교전'에서 어떤 반전 카드를 꺼낼지 기대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20일(현지시간) 평창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한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과 회담을 가질 계획이었지만 회담 2시간 전 북측에서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담에는 미국측 펜스 부통령,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표, 미 정보기관 대표, 닉 아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이 참석하기로 했다. 북측에서는 김여정과 김영남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한국 정부는 회담 장소 제공 및 경호 임무만 맡고 구체적인 대화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돼있었다. 북측은 10일 오전까지 펜스 대통령의 대북 강경 행보에 불만을 표하면서도 여전히 회담을 갖겠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돌연 입장을 바꿨다고 했다. 대신 북한은 이날 김여정이 문 대통령과 오찬에서 방북 초청 구두친서를 전달했다.

■북한 왜 회담 취소했을까

북한이 회담 2시간 전에 전격 취소한 배경에는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펜스 부통령이 방한 일정에 탈북자 면담과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하는 등 북한 인권과 과거 만행을 거론한 데 거부감이 컸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또 펜스가 기회가 날 때마다 북핵.미사일 포기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북·미 대화의 실익이 없을 것이란 판단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마지막 순간 북한 고위급대표단은 회담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우리는 이 기회를 포착하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확인할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에서 미·북 회담 불발 관련 질문에 "남북 간 진행되는 대화나 한국과 미국 간 긴밀하게 협력하는 내용에 대해 다 말씀드릴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양해해 주길 부탁드린다"며 "현재로선 확인할 사안이 많지 않다"고 밝혔다.

■이방카 '평창 외교전' 어떤 카드 꺼낼까

이처럼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해빙무드가 이어지고 있지만 북·미 대화는 아직 멀고 험해 보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평창동계올림픽 후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그런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 문제는 미국과 항상 소통하고 협의를 하고 있다"며 "추가 제재 시 우리와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평창올림픽 참석을 계기로 방한하는 이방카와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깜짝 만남의 가능성도 아직 열려 있다.

이방카는 펜스 부통령처럼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방한일정에 탈북자와 만남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이를 보류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북한을 무리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아닐까란 관측도 나온다.


북측은 정치적 갈등 등 경색국면을 스포츠 교류로 반전시킨 경험이 많다. 2014년 10월 아시안게임 폐막식엔 당시 북한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실세 3인이 전격 인천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고위급 인사가 폐막식에 참여하는 깜짝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lkbms@fnnews.com 임광복 서혜진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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