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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애니가 新한류 이끈다] 갈 길 먼 국내 애니산업..제작비 美의 5% 수준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1 18:01

수정 2018.02.21 18:11

(中)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 현주소
사상 첫 200만 관객 넘긴 '마당을 나온 암탉'
6년동안 제작비 등 총 58억 투입, 70억 매출 기록
국내 애니산업 사업체 376개… 美.日 등 비해 시장 열악
美, 2016년 영화 매출 10위권 내 4편이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마당을 나온 암탉

1억1430만달러(약 1230억원) vs 58억원.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평균 제작비와 국내 애니메이션 영화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마당을 나온 암탉'(2011년)의 총제작비다.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은 이 두 숫자에서 확연하게 비교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애니메이션의 가치가 날로 치솟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여전히 열악하고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체 콘텐츠 산업서 차지하는 비중 0.6% 불과

국내 애니메이션 생태계는 열악 그 자체다. 수십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감에도 회수가 쉽지 않을 정도로 시장 규모가 작고, 애니메이션의 질적 향상보다 완구 사업 중심의 기형적 형태로 한계를 보이고 있다.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은 6101억원 규모로 국내 콘텐츠 산업 총매출액(100조4863억원, 2015년 기준)의 0.6%에 그친다.
출판, 방송, 광고, 게임 등 여타 콘텐츠 산업 중 가장 낮은 비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콘텐츠 산업이 크려면 해당 콘텐츠의 종류나 소비 계층이 다양해야 하지만, 국내 애니 산업은 시장 규모가 작다보니 특정 콘텐츠의 성공에 산업 종사자 모두가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뽀로로'의 성공 이후 영유아 타깃의 작품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온데다 완구 판매를 위한 비슷한 류의 작품의 연속 출시로 부가사업 경쟁력마저 떨어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장 규모가 작다보니 제작사도 대부분이 영세한 규모다. 2015년 국내 애니메이션산업 사업체 수는 376개, 종사자는 4728명으로 미국, 일본 등에 비해 턱없이 작다. 애니메이션 자체 기획보다 회사 운영을 위한 작화 위주의 외주 작업(OEM) 위주로 운영되며 최소 2년 이상 소요되는 TV애니메이션이나 극장용 애니메이션 기획 인력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부가산업 규모가 더 큰 애니메이션 산업 특성상 완구회사나 외국자본이 주도권을 가진 '하청' 작업이 대다수인 만큼 애니메이션의 발전이나 전체 산업 동력이 없어지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이러한 영세한 산업 환경으로 좋은 작품을 골라내거나, 만들어내지도 못하는 상황은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을 해외 작품에 고스란히 바치는 결과로 돌아왔다. 특히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미국, 일본 애니메이션의 꾸준한 흥행으로 '애니메이션 영화=외국 애니메이션'의 공식이 어느새 정립됐다.

애니메이션 영화는 기획 단계에서 제작에 이르기까지 최소 4년 이상이 소요된다. 국내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유일하게 200만 관객을 넘긴 '마당을 나온 암탉'의 경우 6년의 제작기간 동안 총제작비 52억원 등 총비용 58억원을 쓰고 7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12억원의 수익이 남았지만, 투자 배분 등을 마치고 나니 제작사 손에 들어온 수익은 5억여원에 불과했다. 미래 수익을 담보할 수 없으니 아이템 조사, 시장성 분석, 시나리오 준비 등 장기간 투자할 산업리더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기대를 모았던 '카이:거울 호수의 전설'(2016년), '달빛궁전' (2016년) 등이 흥행에 실패하며 '마당을 나온 암탉' 이후로는 국내 애니메이션 영화의 성공 사례도 전무하다.

[K애니가 新한류 이끈다] 갈 길 먼 국내 애니산업..제작비 美의 5% 수준

■해외 공세 더욱 심해지는데…

그렇다면 해외 애니메이션 산업은 어떨까. 월트디즈니 '모아나'의 경우 제작진이 직접 이스터 섬을 방문해 폴리네시안 문화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등 글로벌 관객을 타깃으로 제작기간에만 4년을, 역대 최고 흥행을 기록했던 '겨울왕국'의 경우 5년 반이 걸렸다. 제작기간이 긴 애니메이션 영화 특성상 애니메이션 제작 전문 스튜디오와 장기투자자의 부재, 아이와 부모로 한정된 관객층은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스튜디오와의 어쩔 수 없는 격차를 만들어낸다.


국내 시장 내에 애니메이션 영화 기획, 시나리오 작가 인력이 없어 TV애니메이션 스토리의 기승전결을 축약한 '극장판'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다.

세계 최대 애니메이션 시장인 미국은 2016년 '도리를 찾아서'가 할리우드 전체 흥행 순위 2위(4억8600만달러), '마이펫의 이중생활'이 4위(3억6800만달러), '주토피아'가 7위(3억4100만달러), '씽'이 10위(2억65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10위권 내 4편이 애니메이션 영화였다.
최근 3년간 국내 박스오피스 상위 50위에 이름을 올린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는 2016년 '극장판 안녕 자두야', '달빛궁궐', 2017년 '뽀로로 극장판 공룡섬 대모험', '터닝메카드W:블랙미러의 부활', '넛잡2' 등에 불과하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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