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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박원순표 임대정책, 좀더 다듬었으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2 16:57

수정 2018.02.22 16:57

24만호 공급 목표는 좋지만 시민펀드 조성 뜻대로 될까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과감한 임대주택 정책을 내놨다. 앞으로 5년간 24만가구를 공급하는 게 골자다. 수혜자는 주로 대학생, 신혼부부 등 청년세대다. 이를 위해 박 시장은 시민펀드 조성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도 내놨다. 5년간 24만가구를 짓는 데 총 5조3000억원가량이 든다. 이 중 2조원을 시민펀드 몫으로 떼어놓았다.


임대주택은 많을수록 좋다. 장기 임대주택은 집 없는 서민들에게 희망이다. 과거에도 진보정권이 들어섰을 때 임대주택을 많이 지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장기 임대주택 공급에 뚜렷한 업적을 남겼다. 문재인정부도 이 전통을 이어받았다.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는 오는 2022년까지 공공주택 100만가구를 공급하는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했다. 박 시장이 말한 24만가구는 100만가구의 일부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작년부터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서 계획을 짰다. 로드맵대로라면 전국 주택에서 임대주택이 차지하는 재고율은 작년 7.4%에서 2022년 9%로 높아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2014년 기준)를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계획을 짠다고 임대주택이 거저 나오는 건 아니다. 땅도 필요하고, 재원도 만만찮다. 서울은 좁아터진 곳이다. 새 아파트, 그것도 임대주택을 지을 만큼 넉넉한 땅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어렵게 구한다고 치자. 이번엔 인근 주민들이 들고 일어난다. 임대주택 기피증이다. 말도 안 되는 이기주의적 발상이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임대주택은 주거복지 사업이다. 민간아파트처럼 주택업자가 돈을 버는 사업이 아니다. 따라서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임대사업에 공을 들이면 자연 예산에 주름이 간다. 그래서 흔히 민간업자를 사업에 끌어들인다. 박근혜정부가 편 뉴스테이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중산층을 위한 뉴스테이는 문재인정부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그 대신 박원순 시장은 시민펀드 구상을 내놨다. 시민 투자를 받아서 임대주택을 짓고, 수익을 배당한다는 아이디어다. 그러나 현실성은 미지수다. 임대주택은 태생적으로 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다. 만약 이를 보상하려 투자자에게 일정 수익률을 보장하면 결국은 다 세금이다.

진보성향의 전강수 교수(대구가톨릭대)는 부동산 난제를 풀 근본정책으로 보유세 강화와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꼽는다. 유럽 선진국은 임대주택 재고율이 20~30% 수준이다. 우린 갈 길이 멀다.
분명 더 많은 임대주택을 지어야 한다. 그 점에서 박 시장이 밝힌 5개년 계획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다만 땅과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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