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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지역을 가다】 "전북도 인구 40년간 전주시 인구수 사라져"

이승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6 10:15

수정 2018.02.26 16:11

 재정자립도 전국 하위권...인구 이탈 가속화
【인구감소지역을 가다】 "전북도 인구 40년간 전주시 인구수 사라져"

【김제·전주=이승석 기자】“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매일 문을 여는데 하루에 다섯 그릇 팔 때도 있고, 두 그릇 팔 때도 있고. 하는 수 없이 열어놓았지만 갈수록 참 막막합니다” 식당에서 만난 한 60대 주인은 장사가 잘 되는지 묻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또다른 상인은 “인구가 많이 줄면서 언제부턴가 ‘시장 노는 날이냐?’고 묻는 외지 손님들도 있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지난 23일 전북 김제시 요촌동 전통시장 인근은 상인들만 있을 뿐, 오가는 사람이 적어 썰렁했다. 이날 김제지역 기온은 최고 9도, 체감온도는 영하권으로 낮은 탓도 있다. 예전부터 시장 통으로 불리며 100년이 넘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전통시장이지만, 침체 분위기가 역력했다. 매월 2일과 7일에는 장(場)이 열려 그나마 낫지만, 평소 풍경은 크게 변함이 없다는 게 주변 상인들의 말이다.


김제시 인구는 2008년 9만5807명에서 10년이 지난 2017년 말 기준 8만6926명으로 9.3%나 줄었다. 전북지역 14개 시·군 가운데 감소폭이 가장 컸다. 군(郡) 단위인 완주군(9만5975명) 보다 인구가 적다. 김제시 인구는 1975년 22만명에서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도농복합도시인 김제시는 국토정보원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시’(市)급 도시에서 탈락할 수 있는 전국 20개 ‘축소도시’에 포함돼 있다. 축소도시란 지난 40년 간 인구가 가장 많았던 때 보다 25% 이상 줄어든 도시를 말한다.

전북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전북 인구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185만4607명으로, 가장 많았던 1966년 252만3708명에 비해 30% 가까이 줄어드는 등 200만명 선이 무너진 지 오래다. 특히 농어촌지역은 인구가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진안·무주·장수군은 이미 인구 3만명 선이 무너져 인구로만 놓고 봤을 때 전주지역 1개 ‘동’(洞) 수준에도 못 미친다. 특정 기초자치단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전북, ‘데드 크로스’ 심각..변방 낙인에 탈출구 ‘깜깜’
전북도가 최근 발표한 ‘전북 장래 인구 추계’(2015년∼2035년)에 따르면 도내 총인구는 2020년 182만3507명에서 2035년에는 180만104명까지 추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출생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자연감소 현상인 인구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심각해져 성장동력 상실마저 우려되고 있다.

전북의 재정자립 악화도 이런 상황을 부추기고 있다. 전북도 재정자립도는 2014년 27%, 2015년 27.6%, 2016년 29.7%로 3년 평균이 30%에도 못 미친다. 즉, 전북지역 시·군들이 많게는 공무원 10명 중 8명의 월급을 자체 수입으로는 충당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전북은 3년간 재정자립도가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15위로, 사실상 꼴찌를 놓고 경쟁하는 수준이다. 전국 재정자립도 평균인 47.2%에 비해 한참 낮다. 전북이 사람도 기관도 ‘탈 전북’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도세(道勢)는 날로 위축돼 가고 있어 급속도로 진행되는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 소멸은 피할 수 없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팽배하다. 최근에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선언 등 악재가 잇따르자 도민들에게는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다.

전북 인구가 가장 많았던 1966년(252만3708명)과 비교해 줄어든 66만9101명은 도청 소재지인 전주시 인구(64만8964명)보다 많다. 전주시 하나가 빠져나갔다고 보면 된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2016)에 따르면 30년 안에 소멸될 위험에 놓인 지방자치단체는 전국 226곳 가운데 79곳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도내에서만 전주시와 군산시, 익산시, 완주군을 제외한 10개 시·군이 30년 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인구감소 이유는 다양하지만 이 가운데 청년층 인구가 줄어든다는데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역 내 20~39세 가임여성이 부족하다. 여기에 농어촌지역의 고령화 증가도 문제다. 부안군의 경우 65세 이상 연령의 인구 비율이 2014년 1월 26.7%에서 올해 1월 조사한 자료에는 29.8%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전체 인구의 30% 이상이 65세 이상일 경우 고령사회로 분류된다.

■전북도, 뚜렷한 대책은 부재..전담 TF ‘가동’
전북도는 다양한 인구 늘리기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감소하는 출산율을 극복할 뾰족한 대책이 없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북지역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하는 전북도 출연기관인 ‘전북연구원’에 관련 전문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최고 결재권자인 원장 공석사태로 단 한마디도 얻지 못했다. 폐쇄적인 행정 또한 변방으로 치닫고 있는 전북도의 암울한 현실에 한몫하고 있다.

도는 우선 인구감소를 막기 위한 종합적인 대응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올해 인구정책 추진 TF(태스크포스)를 구성·운영할 계획이다.

인구정책 민관 공동 협의체도 구성, 각 분야별로 위원회를 운영이던 것을 관련 위원회와 전문가가 참여해 소통·협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저출산·고령화, 청년일자리, 농촌활력 등 인구관련 분야별 정책을 생애주기 등 인구 중심으로 재분석하는 한편, 지역의 강점과 취약점을 분석해 인구정책의 우선순위 및 핵심과제를 선정·관리할 계획이다. 여기에 전북 인구정책 추진계획을 수립해 인구감소에 대응한 통합적 정책도 추진한다.


최재용 전북도 기획관(국장급)은 “도내에서 시행하는 인구정책 부서가 제각각이어서 종합적 관리와 정책 효과 분석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지역 현실에 맞는 대안을 마련해 전북 인구 문제 극복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2press@fnnews.com 이승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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