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서울 온 천안함 배후, 남남갈등 더 커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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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침 혐의자 달갑지않지만 北 비핵화 가는 계기 삼길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놓고 남남갈등이 거세다. 천안함 폭침의 주역으로 꼽힌 그의 방남을 수용한 정부와 야권이 정면 충돌하면서다. 그를 포함한 북 대표단은 25일 오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통일대교를 점거하자 군작전도로 등 우회로로 서울로 왔다. 북측의 노림수가 무엇이든 김영철 일행의 2박3일간 체류는 기정사실화됐다. 우리는 이들이 방남이 결과적으로 북한 비핵화와 진정한 한반도 평화의 홀씨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정부는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방남을 수용했다고 설명한다. 교전 중인 적과도 대화는 계속해야 한다는 당위론으로 보면 일면 수긍이 간다. 그러나 김영철이 누구인가. 2013년 천안함 폭침을 진두지휘한 인물로 지목된 바 있다. 북한군 정찰총국장으로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이나 미국 영화사 소니픽처스 해킹 등 각종 도발의 배후로도 꼽혔었다. 이로 인해 2016년 정부의 독자제재 대상에 포함됐고 유엔 안보리의 제재 리스트에도 올랐다. 그러니 수중의 고혼이 된 40명의 천안함 용사 유족들은 물론이고 다수 여론이 그의 방남에 거부감을 보이는 게 아닌가.

애초 그를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통보해 왔을 때 정부가 다른 인물을 보내라고 요구해야 했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 전 총리도 "전쟁에서 진 나라는 다시 일어설 수 있지만 무릎을 꿇고 굴복한 나라는 다시 일어설 수 없다"고 했다. 국제사회의 북핵 제재와 우리 사회 내부의 균열을 일으키려는 북의 의도를 읽었다면 저자세로 대화에 매달릴 이유도 없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김영철이 천안함 폭침을 명확히 지시한 건 아니다"라는 군색한 말만 하고 있으니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다만 "(김영철이) 한국땅을 밟는 즉시 사살하라"라는 식으로 막 나가는 자유한국당 등 야권 일각의 태도도 옳지 않다고 본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두려워서 협상을 해서도 안 되지만, 대화를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김영철의 방남은 이제 엎질러진 물이 된 마당이다.
그렇다면 그의 방남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가 대남 강경파이자 실세라면 역설적으로 정부가 비핵화를 강하게 요구할 적임자일 수도 있을 법하다. 차제에 비핵화 없이는 미.북 대화나 남북 관계 개선은 말할 것도 없고 북한 체제의 생존 자체가 어려울 것임을 각인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