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두유노 000?… 인정 욕구 목마른 한국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6 17:09

수정 2018.02.26 17:09

네티즌 '두유노클럽' 유행
한국의 유명인.음식.문화 외국인에 "아느냐" 묻는 세태 꼬집는 말에서 비롯
26일 인터넷에 '두유노클럽'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 평창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윤성빈, 팀킴, 이승훈 등 스포츠 스타 모습이 보인다. 세계에 한국을 알릴만큼 유명해진 사람, 음식, 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26일 인터넷에 '두유노클럽'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 평창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윤성빈, 팀킴, 이승훈 등 스포츠 스타 모습이 보인다. 세계에 한국을 알릴만큼 유명해진 사람, 음식, 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두유 노(Do you know) 클럽 가즈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스포츠 스타가 탄생할 때마다 정체불명의 두유노클럽 문이 활짝 열렸다. 지난 23일 여자 컬링 준결승전에서 '팀 킴'이 은메달을 확보하자 네티즌들은 두유노클럽을 외쳤다. 지난 16일 윤성빈이 스켈레톤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자 인터넷에는 "축하 윤성빈 두유노클럽 가입!" 글이 쏟아졌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유노클럽은 실제 존재하는 게 아니다.
세계에 한국을 알릴만큼 유명해진 사람, 음식, 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한국을 빛낸 일종의 '명예의 전당'이다. 애초 한국을 방문한 할리우드 배우 등에게 '한국의 000을 아느냐(Do you know 000?)는 식'으로 묻던 기자 질문을 빗댄 말이었으나 지금은 외국인에게 물어도 알 수 있을 만큼 대단한 한국인을 뜻한다.

■선진국 '평가'에 집착하는 한국인

전문가들은 두유노클럽을 △자부심과 △자기 희화화가 결합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외국인이 한국을 알 때 자신의 우월감을 확인하는 것이다. 동시에 과거 국가와 개인을 동일시하는 애국주의, 민족주의를 빗대는 2030세대 유행어다.

문제는 자부심이 열등감에서 기인하는 게 아니냐는 점이다. 한국을 아느냐는 물음에는 자신을 인정해달라는 욕망이 숨어 있다. 일제식민지, 개발도상국 등 뒤늦게 근대화에 진입하며 겪은 열등감을 선진국 인정으로 극복하려는 것.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인은 지위, 등수를 중시하는 문화정서적 경향성이 강하다"며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심어진 경쟁의식과 현재 선진국 문턱에서 지위를 확인하려는 열망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젊은 층은 성공, 권위에 집착하는 과거 산업세대에 반발하면서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자신을 희화화한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두유노클럽과 헬조선(지옥+조선)이 비슷한 용어라고 말한다. 그는 "헬조선은 2030세대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싶지만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한국의 시스템을 공격한 용어"라며 "두유노클럽 역시 청년들이 한국에 대한 자부심을 소수 엘리트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다는 자괴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젊은 세대만 외국인 시선, 해외반응을 의식하는 게 아니라는 것으로, 사회 전체에 호기심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디어 트렌드는 외국인이다. 방송사의 '윤식당2'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이 예다. 지난달 26일 '윤식당2'는 자체 최고 시청률 18.8%를 기록했다. 인터넷에서는 해외반응을 다루는 게 인기다. 유튜브 '영국남자'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채널 중 하나다. 구독자가 242만명이다. 영국인 유튜버가 '치맥을 먹어본 영국인 반응' 같은 영상을 올린다. 해외 네티즌 글을 번역하는 전문 사이트도 있다.

■동남아 이주노동자에겐 왜 두유노하지 않나

해외 시선에 민감한 한국인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 홍진표 소장은 '자존감' 문제를 꺼냈다.

홍 소장은 "자존감이 부족하면 주변에 자신을 확인하려 든다"며 "성장과정에서 부모, 중요한 대상에게 충분히 사랑을 받지 못하면 성년 이후 타자의 인정에 집착하는 자기애적 성격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두유노클럽 같은 유행어는 서구국가를 모방하기 급급하던 한국인이 자존감을 찾기 위한 과정처럼 느껴진다. 열등감에서 비롯되는 집착처럼 느껴져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두유노클럽이 '제국주의적' 시선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국을 알아줬으면 하는 주체가 선진국 위주이기 때문이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왜 한국에서 이미 거주하는 이주 외국인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는 궁금해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선진국 인정에 목말라한다.
반면 국내에 거주하는 동남아, 조선족들이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묻지 않는다"며 "자신을 평가할 자격이 없다는 의식이 은밀하게 자리 잡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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