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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양자암호통신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6 17:22

수정 2018.02.26 17:22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은 독일군에 숱하게 밀렸다. 도버해협에 진을 친 독일 잠수함 U보트와 폭격기의 기습에 속수무책이었다. 나치 군대는 '이니그마'라는 암호기기로 작전계획을 철저히 보안에 부쳤다. 하지만 수학자 앨런 튜링교수가 암호를 풀자 전세는 역전됐다. 영국군은 폭격을 일부 허용하며 적을 속여 넘겼다. 전쟁에서 질 때까지 독일군은 암호가 뚫렸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오늘날 암호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전자금융거래가 대표적이다. 결제할 때 쓰는 공인인증서는 제2의 신분증이다. 인증서 파일은 2진법으로 길게 배열된 숫자묶음이다. 가상화폐 역시 블록체인이라는 암호화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상품이다. 특정 가상화폐를 보유한 사람끼리만 암호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해커가 암호를 풀어내려면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려 현재 기술로는 어렵다고 한다. 해커들의 표적이 되는 것은 거래소가 관리하는 계정의 비밀번호뿐이다.

하지만 완벽한 보안기술은 없다. 현재 보안체계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바로 양자컴퓨터다.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면 슈퍼컴퓨터가 수백년 걸려 풀 수 있는 문제를 단 몇 분 만에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2진법을 쓰는 컴퓨터와는 계산방식이 달라서 가능한 일이다. 글로벌 업체들이 이미 경쟁 중이다. 지난해 구글과 IBM은 5년 안에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방패도 있다. 양자암호통신이다. 물리입자의 최소단위인 양자를 이용해 통신하는 방식이다. 외부에서 해킹하거나 도청을 시도하면 통신을 주고받는 사용자가 즉시 알 수 있다. 국내에선 SK텔레콤이 26일 스웨덴 기업 IDQ를 700억원에 인수해 눈길을 끈다. 5G통신망과 각종 전자결제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KT도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함께 양자암호통신 시험망 구축에 성공했다.

양자암호통신기술은 이미 국가별로 각축전이 벌어지는 시장이다. 중국 정부는 국립양자정보과학연구소를 짓는 데 760억위안(약 1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 역시 2022년 양자통신용 위성을 발사하고, 시험운용을 거쳐 2027년에는 본격 운용한다는 계획을 작년 연말에 내놨다. 한국 정부도 눈여겨봐야 할 시장이다.
암호화 기술이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왔다.

ksh@fnnews.com 김성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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