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평창올림픽의 씁쓸한 뒷맛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6 17:28

수정 2018.02.26 17:28

[기자수첩] 평창올림픽의 씁쓸한 뒷맛

메달의 색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당시 교환학생으로 캐나다에 있었다. 뉴스에서 매일의 경기 결과와 국가별 순위를 보여주는데 한국과 달라 놀랐다. 국가의 종합 순위를 메달 색깔이 아닌 메달의 숫자로 보여줬다. 우리나라는 10개의 은메달보다 1개의 금메달을 딴 국가의 순위를 앞세운다. 캐나다에서는 10개의 금메달보다 11개의 동메달을 딴 국가의 순위를 높게 매기고 평가했다.

컬링의 인기. 이른바 '갈릭 걸스'가 컬링스톤을 잡은 것보다 8년 앞서 컬링을 접했다.
캐나다는 명실상부 컬링 최강국이다. 캐나다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당시 남.녀 컬링 종목 금메달을 싹쓸이 했다. 캐나다 컬링 여자 대표팀 선수 구성이 한국과 달라 또 놀랐다. 변호사.의사 등 별도의 전문직업인으로 구성됐다. 올림픽 메달을 위해 인생을 바치는 '전업 스포츠'가 아닌 '취미로서 즐기는 스포츠'라는 점이 이색적이었다. '국가대표'보다 '내 가족'과 '내 행복'이 먼저라도 나쁠 건 없다.

여왕 김연아. 깜짝 놀랐다. 한국 캐스터들은 김연아가 기술을 성공할 때마다 그 기술의 점수를 설명하느라 바쁜데 캐나다 캐스터들은 김연아 몸짓의 우아함과 손길의 아름다움에 찬사를 늘어놨기 때문은 아니다.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러시아 소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카메라 앞에 선 김연아의 수상 소감 때문이었다. '국가'를 위해 기쁜 것이 아닌 '나의 기쁨'을 얘기하는 태도가 앞서와 달랐기 때문일 게다. 은반 위의 요정, 피겨의 여왕, 전설 등 그녀를 설명하는 수식어보다 '김연아'라는 이름이 더 예쁘고 위대해 보였다.

김보름의 큰절. 김보름은 이번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땄다. 역사에 기록될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행복과 감격의 눈물이 아닌 속죄의 눈물을 흘리며 국민에게 큰절을 올렸다. 앞서 치러진 팀추월 종목에서 팀워크를 깬 것에 대한 사죄였다. 하지만 국민 60만명이 그의 선수자격을 박탈하기 위해 서명을 하고, 여론이 그렇게 들끓었어야 했나 싶다. 팀추월에선 대한민국이 아닌 김보름 자신이 메달을 잃었다.
김보름은 조금 괘씸하지만 정말 잘했다. 괘씸은 죄가 아니다.
화려하게 막을 내린 평창동계올림픽의 씁쓸한 뒷면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생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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