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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 올림픽의 눈물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6 17:28

수정 2018.02.26 21:34

[윤중로] 올림픽의 눈물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하고 막을 내린 평창동계올림픽은 무얼 남겼을까.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안방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 대한 소회는 각자 다를 것이다. 올림픽 폐막식과 함께 이번 대회에 역대 최대 규모인 92개국, 2920명의 선수가 출전해 풍성한 기록을 남겼고 대회 흥행, 운영 등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당초 목표(종합성적 4위)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종합 7위로 역대 동계올림픽 사상 최다 메달 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에게 진정한 감동을 준 건 올림픽 기간에 흘린 선수들의 눈물이 아닐까 싶다. 각국 대표들이 지난 4년간 피땀을 흘려 연습한 결과를 한순간에 폭발시켜야 하는 올림픽대회. 금메달을 따고 가장 높은 시상대에 오르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한순간의 실수로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경우도 있어 눈물의 의미는 다를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한국 선수 중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 선수와 '왕따 논란'을 일으킨 김보름 선수 그리고 남북 단일팀을 구성한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눈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상화 선수는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를 마친 직후 태극기를 들고 관중석을 돌면서 오열했다. 그의 성적은 맞수 일본 고다이라의 기록에 미치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3연패가 좌절돼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화는 경기가 끝난 뒤 "그동안의 압박감과 부담감이 없어져서 펑펑 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선수의 뜨거운 눈물이 없었다면 그가 느껴야 했던 엄청난 부담감과 고통을 알 수 있었을까.

올림픽 폐회식 전날 열린 여자 매스스타트 결승전. 김보름 선수는 은메달을 차지하고도 웃지 못했다. 그는 소감 인터뷰에서 "국민들께 정말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는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노선영 선수를 뒤에 두고 결승선을 통과한 데 대한 국민의 질타가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반성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빙상연맹의 파벌주의 등 많은 의혹을 낳고 있는 이번 사건은 올림픽이 끝난 뒤 진상을 가려 다시는 이런 때늦은 눈물을 흘리지 않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올림픽 폐막식이 끝난 26일 아침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선수들이 강릉 선수촌을 떠날 때 우리 선수들과 세라 머리 감독 등은 북한 선수들과 포옹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올림픽 직전 구성된 남북 단일팀에 대해 우리 선수는 물론 국민들도 비판적 여론이 높았지만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 '잘된 일'이라는 응답이 50%로 '잘못된 일'(36%)이라는 응답보다 높았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이끌어냈을까. 당초 남북 단일팀에 부정적이던 머리 감독은 "3주 정도밖에 안 지냈는데, 이런 슬픈 감정이 드는 걸 보면 단일팀이 정말 특별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첨예하게 대립된 남북 긴장관계와 군사적 갈등을 녹인 그 특별한 무엇. 평화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에서 현재 위기 상황의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김홍재 정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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