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미투·채용비리, 그리고 자기 성찰

홍석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6 17:29

수정 2018.02.26 17:29

[기자수첩] 미투·채용비리, 그리고 자기 성찰

현직 여검사의 성폭력 피해 폭로 이후 확대되고 있는 한국판 '미투(Me Too)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검찰 조직 등 공직사회는 물론 문화예술계, 대학가, 언론계, 종교계까지 확산되고 있다. 곪았던 사회권력 구조 속에서 자기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미투운동은 폭로, 부인, 사죄를 넘어 자진고백까지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잘못된 성의식과 관행 속에서 이어져온 추악한 성추행이 미투운동으로 표면화되고 있다 .

금융권을 강타한 채용비리 의혹도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부 은행이 전.현직 임원 및 은행 관계자 자녀들에게 서류전형 무사 통과는 물론 낙제 수준인 필기시험 점수 구제, 임원면접 최고등급 부여 등의 특혜를 수년간 제공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권 채용비리 의혹은 은행권을 넘어 제2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은행권의 채용비리 의혹 제기를 두고 특정 금융사를 겨냥한 '표적수사'라는 음모론도 나오고 있지만 신뢰가 가장 중요한 은행에서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최근 미투운동과 은행권 채용비리를 보면서 사회가 공정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내 자식은 보다 공정한 사회에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하게 된다. 과거엔 괜찮았다, 관행이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사회적 변화가 기대되는 것이다. 미투운동을 보면서 혹시 나도 그런 적이 있었나 하는 자기 반성을 하게 된다. 미투운동의 진정한 의미는 성추행에 대한 고발과 사죄를 넘어 자기 성찰의 기회를 갖는 데 있다고 본다.

금융권 채용비리도 마찬가지다. 의혹이 제기된 은행들에 대한 채용비리 여부는 검찰 조사로 나올 것이다. 또한 의혹이 제기되지 않았다고 채용비리가 전혀 없었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을 것이다. 결국 이번에 제기된 채용비리는 과거 채용시스템을 되돌아 보고 문제가 있으면 이번 기회에 공정하게 바꾸도록 하는 데 의미가 있다.

우리 사회는 조금씩 공정한 사회로 가고 있다.
잘못된 사회, 구조적 시스템의 변화 속에 개개인의 사고방식 또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후세대가 보다 공정한 사회에 살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우리 사회가 지금의 잘못을 기회 삼아 자기 반성과 성찰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hsk@fnnews.com 홍석근 금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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