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감동 이야기

[반려동물도 가족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면서 배려와 감사함 배워 더 어른스러운 내가 됐어요"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6 18:00

수정 2018.02.2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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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사료 기업 힐스펫뉴트리션코리아의 반려동물문화 캠페인 멘토로 활동중인 지승희씨
"입양은 생명을 책임지는 행위,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하세요"
지승희씨가 입양한 레레(왼쪽)와 그레이스
지승희씨가 입양한 레레(왼쪽)와 그레이스

동물사료 전문기업인 힐스펫뉴트리션코리아는 지난해 5월 자사의 '트랜스포밍 라이브즈(Transforming Lives)' 캠페인을 전파하고 반려동물과의 지혜로운 공존에 대해 조언하는 펫멘토를 모집했다. 펫멘토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힐스펫코리아가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구조해온 보호견인 '힐스펫 천사들'이 새로운 가족을 찾는 입양 캠페인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를 위해 '반려동물도 가족이다' 연중 캠페인을 펼치는 파이낸셜뉴스는 이번주 유기견 보호소 등으로부터 2마리의 유기견을 입양한 지승희씨를 만나봤다. 지승희씨는 힐스펫뉴트리션코리아가 건전한 반려동물 문화 확산을 위해 운영하는 트랜스포밍 라이브즈 캠페인 프로그램에서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2번 파양 반려견, 끝까지 책임질 것"

지승희 멘토는 몇년에 걸쳐 두 마리의 개를 입양했다. 그 중 15살 요크셔테리어인 그레이스는 아는 주변인에게서 두번 파양당해 그의 품으로 오게 됐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지씨와 그레이스는 일주일만 돌봐달라는 모친 지인분의 부탁으로 처음 만나게 됐다. 일주일을 부탁하던 주인은 한달 반이 지날 때까지 그레이스를 데리러 오지 않았고 마침내 아들의 알레르기 때문에 더 이상 키우기 어렵다며 반려견을 포기했다. 지씨는 이미 한번 버려진 경험이 있던 그레이스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을 설득해 지금까지 그레이스와 함께하는 그는 나날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두번이나 버려졌던 아이라 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며 "부모님이 동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으셨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준다는 마음으로 평생을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삶과 생명 존중에 대해 배워"

지씨는 유기견 입양의 가장 큰 장점에 대해 삶과 생명을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사실 반려견들과 함께하기 전에는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면이 많았으나 어느 순간부터 먹는 것, 입는 것, 생활 동선까지 삶의 중심이 반려견들이 되고, 배려와 감사함을 배웠다"며 "그 때문인지 나이보다 성숙하고 부드러워졌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나' 라는 사람이 이 아이에게 대단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과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지 깨달았다"며 "소중한 것을 지킬수 있는 힘과 용기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지씨는 유기동물 입양의 신중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많은 보호소나 개인으로 구조하는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경향이 있어서 입양을 통해 도움을 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며 "그렇지만 입양은 생명을 책임지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이와 함께 늙어가고 내가 모든걸 감당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길 때 결정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지승희씨 품에 안긴 입양견 레레와 그레이스
지승희씨 품에 안긴 입양견 레레와 그레이스

■"집안에 다른 반려견과 잘 지내요"

지씨가 두번째 유기견 '레레'의 입양을 결정할 때 가장 고려했던 것은 이미 함께 살고있는 노령견 그레이스였다. 노령견이 있는 집에 새로운 아이를 섣불리 입양할 경우 스트레스로 인해 불상사가 생길 수 있어서다.

그는 "2년 전 겨울에 2개월 추정으로 청주 보호소에 있던 레레가 왠지 모르게 자꾸 눈에 밟혔다"며 "다만, 당시 가족과 상의도 하지 않은데다 노령견 그레이스의 건강이 좋지 않아 많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그러나 가족과의 오랜 상의와 많은 고민 끝에 지씨는 레레를 둘째로 들였다. 그는 "레레의 흐린 눈동자가 꼭 10여년 전의 그레이스와 같아 지나칠 수 없었다"며 "나이가 많은 그레이스에게 외롭지 않게 친구가 돼줄 존재가 생기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입양을 결정했다"고 회상했다.

■"반려견 위해 직업도 바꿔"

지씨는 반려견을 위해 삶의 방향까지 바꿨다.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버리고 작가로 전향했다가, 노견이 된 반려견을 위해 또 한번 방향을 틀어 고유 브랜드를 만들고 양재사가 된 것이다. 그는 "가족들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얘기했지만 반려견과 함께 더 의미있고 소중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결정이었다"며 "힘은 들지만 기적 같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기에 앞으로 잘 해나갈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입양으로 인해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꼭 입양이 아니더라도 펫숍에서 돈을 주고 구매하지 않음으로써 긍정적인 반려동물 입양 문화에 기여할 수 있었다"고 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반려동물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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