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간호조무사의 서글픈 최저임금 연가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7 17:22

수정 2018.02.27 17:22

[특별기고] 간호조무사의 서글픈 최저임금 연가

간호조무사라는 직업이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1967년 간호조무사가 생겨난 이래 약 71만명이 자격을 취득하고 현재 현업에 약 20만명이 종사하고 있다. 의원, 요양병원, 노인장기요양기관의 경우는 대부분의 간호인력이 간호조무사로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간호조무사는 그 업무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도 받지 못하는 신세다. 2017년 대한간호조무사협회에서 간호조무사들의 근로조건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46.6%가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급여를 받고 있다. 경력 10년 이상의 간호조무사 중에서도 32.2%가 최저임금을 받고 있을 정도로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다.


일반적인 기업에서는 근무연차가 쌓임에 따라 승진 기회도 주어지고 적으나마 연봉 인상도 바랄 수 있다. 하지만 상기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중 57.3%가 간호조무사는 승진의 기회가 없다고 한다. 결국 상당수 간호조무사는 한 직장에서 몇 년을 근무하더라도 말단 직급에서 최저임금만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와 같은 근무여건에서는 아무리 생명을 살리고 아픈 이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에 기여하는 보람된 직업이라 하더라도 의욕을 갖고 일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닐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 동네의원 만성질환관리사업 등을 주요 정부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1차 의료기관 간호인력의 87%, 노인장기요양기관 간호인력의 77%를 담당하고 있는 간호조무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간호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의료기관들이 구인난 해소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50만명이 넘는 간호조무사 자격 소지자가 병·의원으로 취업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열악한 처우 때문이다. 현재의 간호조무사들처럼 근로자의 업무기여도, 숙련도 등을 모두 차치하고 경영을 문제로 무조건 법정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상식화된 사회라면 법으로라도 임금격차를 줄여 업무 자긍심과 삶의 질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은 필수적이라고 본다.

물론 직무의 전문성이나 기여도를 볼 때 모든 직종이 동일한 월급을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좋은 근로환경에서 본인이 일한 만큼 정당한 처우를 받는 간호조무사도 많이 있을 것이다. 다만 위에 언급한 46.6%의 최저임금 응답자들이 직장생활에서 긍지를 가질 수 있고 생활고와 상대적 박탈감 없이 가족들과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를 바랄 뿐이다.
사용주들에게는 국민들이 열심히 일한 만큼 기본적인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최저임금 인상의 취지를 살려 합리적인 제도개선 마련을 부탁한다. 또 영세한 의료기관들이 법정 최저임금을 무리 없이 적용할 수 있도록 수가 인상 및 정부의 각종 지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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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옥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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