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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새 회장 뽑은 경총, ‘친노동 부회장’ 안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7 17:22

수정 2018.02.27 17:22

재계 원로 손경식 체제로.. 경총 일은 경총에 맡겨야
손경식 CJ 회장(79)이 2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7대 회장직을 수락했다. 인도 출장 중인 손 회장은 "경제계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중차대한 역할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손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을 8년(2005~2013년)간 지낸 원로다. 손 회장은 재계 큰 어른답게 경총을 원만하게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새 회장 선임 절차엔 얼룩이 졌다. 1주일 전 정기총회는 안 하느니만 못했다.
공연히 내부갈등만 드러냈다. 그 과정에서 정치권 개입설도 나왔다. 사실 손 회장 같은 재계 거물이 경총 회장을 맡은 것은 뜻밖이다. 이 자리는 원래 인기가 없다. 사용자를 대표해서 늘 노조와 싸우는 곳이기 때문이다. 일단 맡으면 후임자를 못 구해 어쩔 수 없이 연임하는 경우도 흔했다. 지난 2014년 2월 이희범 회장이 그만둔 뒤 회장 자리는 1년 가까이 비어 있었다. 기업인들이 '욕 먹는 자리'라며 죄다 손사래를 쳤기 때문이다. 경총은 관료 출신인 박병원씨를 가까스로 회장으로 영입했다.

손 회장에게 당부한다. 한국 노사관계는 대립과 반목의 연속이다. 이왕 경총 회장으로 추대된 만큼 노사관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기 바란다. 할 말은 하되 정부와 필요 이상으로 각을 세울 필요는 없다. 양극화라는 한국 사회의 고질병을 푸는 데 경영자들도 기여할 대목이 있다. 다만 노사정책 실무를 총괄할 상임부회장은 친기업 성향의 인물을 임명하는 게 옳다. 그것이 사용자단체인 경총이 존재하는 이유다.

상임부회장으로 거론되는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에게도 당부한다. 최 전 원장은 현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그만큼 친노동 색채가 짙다. 상임부회장은 노조에 맞서 사용자 이익을 대변할 '파이터'다. 이런 자리에 친노동계 인사는 어울리지 않는다. 전임자인 김영배 부회장은 정부와 맞서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질책을 듣기도 했다. 친기업 김영배씨가 노총 부위원장으로 어울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 전 원장은 설사 경총에서 영입 제의가 오더라도 정중히 거절하는 게 맞다.

정치권에도 당부한다.
경총은 민간단체다. 경총의 일은 경총에 맡겨라. 이미 경총은 생채기가 났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의혹이 이는 것만으로도 결국 정권에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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