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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 신청부터"… 재건축 단지 잰걸음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7 19:36

수정 2018.02.27 19:36

안전진단 기준강화 D-30 "이번 놓치면 기약없어"
성산시영 단지 주민들 용역비 모금운동 진행
강동구 일부 재건축 단지 안전진단 소급 적용 반발
"25일 현재 1억1000만원이 모였습니다. 연락이 안되거나 모임에 들어오시지 않은 분이 많습니다. 자발적으로 추가 납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부가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재건축 준비 단지들이 자체적으로 안전진단 실시를 위한 모금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4억원이 넘는 돈을 마련해야 하는 탓에 일부 주민들은 자신에게 할당된 금액보다 많은 돈을 선납해 일단 안전진단 용역업체 선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진단 신청부터…소유자 모금운동

27일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아파트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현재 단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안전진단 실시를 위한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며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피하기 위해선 서둘러 4억1500만원을 모아 안전진단 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비용을 구청에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성산시영은 1986년 지어졌기 때문에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넘긴 31년이 됐지만 정부가 안전진단을 강화하면서 재건축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단지에 따라 13만원부터 15만5000원까지 금액이 다르지만 빨리 모금 액수를 채우기 위해 일단 100만원을 납부하는 주민도 있다"고 말했다.

성산시영아파트 소유자들이 이처럼 안전진단 모금캠페인에 나선 것은 기회를 놓치게 되면 언제 재건축을 할 수 있을 지 기약하기 어렵다는 조바심 때문이다. 실제 이들은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3월 2일을 기준으로 안전진단 기준과 절차가 바뀐다. 정부나 서울시가 10년 넘게 지연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전진단 절차는 통상 4단계다. 주민동의서를 구청에 제출하면 구청이 현장조사(예비안전진단)를 진행한다. 이후 안전진단 용역업체를 선정하고 정밀안전진단을 시행하는 식이다. 재건축 조합이 정상적으로 설립됐을 경우엔 안전진단까지 소유주들이 일일이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현재 성산시영의 경우 지난 2016년 예비안전진단을 거친 상태다. 민간 안전진단 용역 업체를 선정·시행하기 위한 비용 납부를 하면 된다. 다만 안전진단에서 통과하지 못한 경우엔 납부한 안전진단 선정비용은 돌려받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은 현 안전진단 기준에서 통과율이 90%이상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예비안전진단 통과했다…안전진단 기준 소급적용 불가"

이에 비해 정부의 새로운 안전진단 기준의 소급적용을 받을 수 없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곳도 있다. 서울 강동구의 일부 재건축 단지들이 최근 '강동구 재건축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성명을 발표했다. 명일삼익그린2차와 고덕주공9단지, 고덕현대 등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주축이 됐다.

"이미 예비안전진단(현장조사)을 통과한 단지인 만큼 변경되는 안전진단 기준의 소급적용을 받을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예비안전진단은 지금은 폐지된 제도다. 대신 구청에서 현장을 육안으로 조사하고 안전진단 여부를 결정하는 현장조사를 진행한다. 정밀안전진단과 엄연히 다르다.

반면 정부는 "새 기준이 시행된 이후 안전진단 의뢰가 들어간 단지부터 새 기준이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이 탓에 양천구 목동에서는 양천발전시민연대(양발련)가 주축이 돼 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에 맞서는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양발련은 국토부 관계자와의 면담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정안은 내달 2일까지 행정예고된 후 수렴된 의견에 대한 검토 작업을 거쳐 시행된다. 행정규칙법엔 행정예고 기간에 대해 '예고 내용의 성격 등을 고려해 정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20일 이상으로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임의로 행정예고 기간을 10일로 단축했다.

앙발련 관계자는 "이 사안은 국민의 재산권을 현저히 침해하는 내용이다. 공청회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의견 수렴을 10일로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목독에 지역구를 둔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도 "국토부가 시간적 여유를 갖고 충분히 검토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 발표 이후 서울 시내에서만 송파구 아시아선수촌과 명일동 현대아파트 등 10여 곳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업체 용역공고가 나왔다.
속도가 더딘 목동은 주민 동의를 받은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4단지가 구청에 안전진단을 신청했고 5단지와 9단지도 주민 동의를 받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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