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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전문가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28 17:00

수정 2018.02.28 17:00

[fn논단] 전문가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우리는 누구나 전문가(專門家)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존경과 예우를 한 몸에 받게 되는 전문가로 인정받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과 능력이 있는 사람을 전문가라고 일컫는다. 이들은 그 분야를 깊이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해 상당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다. 명인(名人), 달인(達人), 고수(高手)로 불리는 사람도 그 분야의 전문가라 할 것이다.

전문가 수준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서 최소 1만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1만시간은 매일 3시간씩 훈련할 경우 약 10년, 하루 10시간씩 투자할 경우는 약 3년이 걸리는 시간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의 논문에 처음 등장한 이후 말콤 글래드웰이 그의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1만시간의 법칙'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독만권서(讀萬卷書) 행만리로(行萬里路)해야 한단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길을 다녀야 통찰력을 갖춘 위인이 되고 걸출한 작품이 나온다는 뜻이다. 명말청초(明末淸初)의 개혁 사상가 고염무의 명언이다.

1만시간의 훈련, 1만권의 독서, 1만리를 여행한다는 게 보통사람에겐 가당하기나 한 얘긴가. 그러나 남다른 노력으로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많다.

우리는 이런 전문가를 활용함으로써 조직의 역량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필자가 은행장으로 재직할 때 내부 직원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분야를 키우기 위해서는 부득이 외부에서 그 분야 전문가를 스카우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전문직 직원들이 자기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려면 기존 직원들과의 팀워크와 소통이 원만해야 하는데도 이들 전문직 직원이 은행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기존 직원들의 배타적 태도로 인해 화합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전문성을 존중할 줄 아는 조직 풍토를 만들려고 내 나름대로 노력도 했지만 단기간에 큰 성과는 기대할 수 없었다.

어느 조직에서든 의사결정권자의 잘못된 의사결정 하나가 조직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판단 착오를 최소화하는 길은 무엇일까. 전문가 혹은 전문가집단의 의견을 충분히 받아들이는 일이다. 이를 모를 리 없지만 때로는 시한에 쫓기기도 하고, 추가 비용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실은 이보다 더 위험한 경우가 있다. 본인의 권위를 내세울 요량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에는 아예 귀를 닫아버리는 사례다. 이것은 권위가 아니라 독선이요, 오만이다. 참으로 비민주적 리더다.


우리나라는 국가 모든 분야에서 많은 전문가를 확보하고 있고, 또한 배출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전문가의 의견이 존중되고, 전문가 혹은 전문가집단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프로세스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혀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는 성숙한 민주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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