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천연비누 만드는 소셜벤처 '동구밭' 발달장애인이 일·친구 만나는 직장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1 16:30

수정 2018.03.01 21:04

꾸준히 일할 환경만들기에 집중.. 2016년 첫 고용후 퇴사자 없어
동구밭이 만든 천연'가꿈비누' 퀄리티 높여 호텔.대기업에 납품
지난달 28일 서울 성동 '동구밭' 직원들이 가꿈비누를 만들고 있다. 발달장애인을 직원으로 고용하는 동구밭은 사원 성격, 개성, 장애 정도에 따라 근무시간을 오전과 오후로 나눠 지속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성동 '동구밭' 직원들이 가꿈비누를 만들고 있다. 발달장애인을 직원으로 고용하는 동구밭은 사원 성격, 개성, 장애 정도에 따라 근무시간을 오전과 오후로 나눠 지속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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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 서울 성동의 지하 비누공장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지하계단을 내려가자 은은한 비누향이 풍겼다.
20.30대 발달장애인 5명이 비누를 자르고 있었다. 새 비누들이 가지런히 놓였다. 사원들은 지쳐 보이지 않았다. 어제 본 예능 프로그램, 만화 이야기로 떠들썩한 학교의 쉬는 시간 같았다.

비누공장 운영자는 소셜벤처 '동구밭' 노순호 대표(28)다. 동구밭은 월매출 325만원이 증가할 때마다 발달장애인 1명을 고용한다. 현재 발달장애인 14명이 일한다. 발달장애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노 대표는 "대부분 발달장애인은 사회에서 떨어져 홀로 지낸다"며 "동구밭은 일자리와 친구를 동시에 만나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이어 "발달장애인이 취업을 통해 정년이 보장되고 안정된 삶의 주기를 만들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고 말했다.

■회사 목표는 발달장애인 장기근무

9개월째 일하고 있는 주우복씨(29)는 비누포장 일을 한다. 이전에는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음식물 처리를 담당했다. 비장애인 직원과 대화는 별로 없었다. 주씨는 "(이곳은) 즐겁게 해주는 사람과 친구가 있다"며 "쉬는 시간에 타임머신 이야기를 하는 게 재미 있다"고 전했다. 주씨는 하루 4시간 일한다.

동구밭은 노 대표의 발달장애인 근속 강조에 따라 오전.오후 근무로 나눠 공장을 운영한다. 사원 성격, 개성, 장애 정도에 따라 근무시간을 정한다. 그는 "발달장애인 고용율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근속개월"이라며 "발달장애인 근속개월은 전체 장애인의 10%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용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장애인이 꾸준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 9월 첫 장애인 사원을 고용한 뒤 누구도 그만둔 적이 없다.

발달장애인에게 일자리는 단순한 생계가 아니다. 사람을 만나는 공간이다. 발달장애인의 평균 친구는 1.4명이라는 보건복지부 통계도 있다. 노 대표는 "비장애인이 생각하는 직업은 돈과 인정이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은 우선순위가 다르다"며 "발달장애인 대부분은 집에 고립되는 경우가 많아 이들에게 최우선은 매일 갈 곳이 생기고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이라고 설명했다.

발달장애인과 질 좋은 비누를 만들기 위해 비장애인도 함께 한다. 김은희 팀장(48)은 장애인 사원에게 작업지시를 담당한다. 그는 "사원들이 때로는 제조일자를 거꾸로 찍어두거나 엉뚱한 일을 벌이기도 한다"며 "비장애인보다 작업효율이 떨어져 걱정될 때도 있지만 공장의 중심을 꽉 잡아주는 장애인 사원들이 있어 저 역시 웃으면서 일한다"고 전했다.

■장애인이 만든 비누 편견 깨기 위해 '퀄리티' 집중

동구밭이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매출을 올려야 한다. 따라서 비누 자체가 경쟁력을 갖는데 집중했다. 노 대표는 소비자가 좋은 일을 하는 차원에서 사는 비누가 아니라 정말 좋아서 사는 비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장에서도 통하는 비누가 지속적인 수입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동구밭이 만드는 비누는 평범하지 않다. 비누 이름은 '가꿈 비누'다. 비누 퀄리티를 위해 비누 제조와 포장을 나눴다. 제조장에서는 천연비누 전문가가 CP공법(저온숙성공법)으로 비누를 만든다. 비누 재료로 천연식물을 사용한다. 상추비누, 바질 비누 등이다. 노 대표는 "한 해 동안 비누 6만개를 버려가며 제품 질과 디자인에 신경을 쏟았다"고 말했다. 꾸준한 매출을 위해 호텔, 대기업 등에 납품하는 B2B 모델을 채택했다.

노 대표는 동구밭 가꿈 비누를 넘어 신규 사업을 준비 중이다. 비누공장으로 고용할 수 있는 발달장애인은 20명이 한계다.
해외수출 등 다른 사업모델을 고심한다. 더 많은 장애인과 일자리를 나누기 위해서다.
그는 "소셜벤쳐 동구밭은 발달장애인에게 꿈의 직장을 만들자는 게 목표"라며 "이들에게 꿈의 직장이면 비장애인에게도 꿈의 직장"이라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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