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차장칼럼] 전쟁의 세트장이 돼선 안된다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1 16:58

수정 2018.03.01 16:58

[차장칼럼] 전쟁의 세트장이 돼선 안된다

평창올림픽 축제가 가져다준 남북 화해무드의 마감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4월로 예정된 한.미 군사훈련 등으로 '한반도 위기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북.미 대화 없이 한.미 군사훈련이 진행되면, 북측의 재도발 빌미가 될 수 있다. 미국은 북.미 대화의 조건으로 비핵화를 제시해 문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양측을 중매해 의미있는 북.미 대화를 도출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두 스트롱맨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강대강의 '치킨게임'으로 간다면 우리에겐 큰 위기가 된다.
트럼프는 군사옵션 등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 북한과 대화가 안되고, 북 도발이 재개된다면 대북 군사행동이 옵션이 될 수 있다.

근대사에서 열강의 전쟁터로 전락했던 한반도에 또 전쟁의 위기가 찾아올까 우려된다.

아픈 역사였던 1894년 청일전쟁을 보면 주연은 청나라와 일본, 조연은 해외열강들, 우리는 '세트장' 신세였다.

당시 아편전쟁으로 쇠락했던 청나라는 양무운동 후 동아시아 패권을 되찾으려 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식민지화 야욕에 불탔다. 양국의 목적 달성을 위해 조선은 핵심지역이었다. 청일전쟁의 주무대는 평양성 등 조선이었다. 조선 백성은 외세들이 우리 땅에서 벌인 전쟁에 희생양이 됐다.

1904년 러일전쟁에서도 우리는 세트장으로 전락했다. 주연은 러시아와 일본, 조연은 미국이었다. 러일전쟁의 주무대는 만주 남부인 요동반도, 한반도 근해였다. 러일전쟁 발발로 일본 육군은 제물포에 상륙해 대한제국의 심장부 한성을 점령했다. 일본의 승리후 1905년 9월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중재로 미국 뉴햄프셔 주 군항도시 포츠머스에서 강화조약이 체결됐다. 이 조약으로 일본은 대한제국의 배타적 지도권 등을 획득했다. 루스벨트는 이 조약의 주선으로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4강에 둘러싸인 현실도 근대사의 한 페이지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북.미의 대결 속 주변 강국인 중국.일본.러시아 등은 각자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평창올림픽 이후 북.미 관계는 한발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미국에선 대화파 입지가 위축됐다.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 낙마에 이어 국무부 6자회담 대표인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은퇴한 것이다. 대신 강경론자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라인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강력한 대북 독자제재 발표 후 추가적인 '거친 2단계' 행보를 시사했다. 미국 정가 일각에서 군사행동 등을 거론해 '4월 한반도 전쟁설'이 불거지고 있다.
지금 우리는 '한반도 배역'에서 주연, 조연, 단역 어디쯤에 서 있는 걸까. 중요한 것은 우리 땅이 더이상 전쟁의 세트장으로 전락하게 내버려둬선 안된다는 것이다.

lkbms@fnnews.com 임광복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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