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근무시간 유연하게 바꾸자

오는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 시대가 열린다. 관행적으로 오래, 늦게까지 일하는 시대는 가고, 휴식이 있는 삶이 열린다.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일하는 시간이 줄면 받는 돈도 줄 게 마련이다. 일하는 방식을 바꿔 효율과 창의성을 높이든 노사가 머리를 맞대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영세 중소기업은 걱정이 태산이다.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힘든 터에 더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중기 추가 부담이 연 8조원이 넘는다는 보고서도 있다. 추가 비용도 그렇지만 중기 구인난을 더 부채질할 수 있어 걱정이다.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매년 전략 스마트폰을 내놓는 삼성전자, LG전자는 생산차질을 염려한다. 전략 스마트폰은 개발자들이 6개월 이상 밤샘 근무하다시피 매달린다. 게임업계도 마찬가지다. 에어컨, 아이스크림 등 일감이 몰리는 시기가 정해진 현장의 고민도 깊다.

국회가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단축 시기를 2~3년 늦췄지만 이걸로 충분할지는 의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정부에 "유연근무 확대를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유연근로란 근로자가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함으로써 직장과 가정생활에 모두 충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단시간 근무제, 시차 출퇴근제, 재택근무 등 방법은 다양하다.

특히 재계는 현재 3개월까지만 허용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1년으로 늘려달라고 주문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란 일감이 많을 때 더 일하고 일감이 없으면 일을 덜 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일이 몰리는 한 달은 주 60시간씩 8시간 더 일하고, 업무가 적은 한 달은 44시간으로 줄여 평균 52시간에 맞춘다.

유연근무는 세계적 추세다. 미국 기업은 81%, 유럽은 66%가 도입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은 12.7%에 그친다. 제도가 경직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차례 고쳐지긴 했지만 현행 근로시간제도는 산업혁명 시대 생산직 근로자를 모델로 만들어졌다. 기계에 앉아 있는 시간이 곧 임금으로 계산되던 때의 제도다. 4차 산업혁명기의 노동방식은 달라져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다.

일본 도요타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요타는 2016년 여름 파격적인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다. 1주일에 2시간만 회사에 출근하면 된다. 생산직을 뺀 본사 직원 2만5000명(35%)이 대상이다. 일과 가정을 양립하게 함으로써 간병.육아로 인한 인력 누수를 줄이고, 생산성은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한달 전 문재인 대통령은 충북 진천 한화큐셀을 찾아 "좋은 일자리를 늘린 한화큐셀을 업어드리러 왔다"고 말했다. 한화큐셀은 근로시간을 주 42시간으로 줄여 500명을 새로 채용하기로 했다. 유연근무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면 더 많은 기업을 업어줄 수 있다. 국회는 이 문제를 2022년까지 결론 짓기로 했다. 하지만 질질 끌 문제가 아니다. 유연근무 확대는 심각한 저출산 문제와 함께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탄력근무제를 도입하면 출산율이 0.19명 올라간다는 연구도 있다. 당장 기업들의 부담도 덜어 준다. 1석3조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