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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무역전쟁 일촉즉발] 2년간 반덤핑 맞은 한국 철강.. 강관 등 사실상 대미수출 봉쇄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3.02 17:48

수정 2018.03.02 17:48

급한 불은 껐다지만.. 일부품목 40% 넘는 관세
全 철강제품에 적용도 부담 다른 나라들도 반발
加 "우리 노동자 지킬 것".. 美 산업경쟁력 약화 지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급한 불은 껐지만, 철강 수출은 여전히 난관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1일(현지시간) 한국 등 12개국 철강 수입품에만 53%에 달하는 초고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철회하고, 모든 국가에 25%의 일률관세를 추가 책정키로 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일단 안도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에 반덤핑 상계 관세율이 40~50%에 달하는 곳들은 여전히 울상이다. 추가로 25%에 달하는 관세를 물게 되면 사실상 미국 내 철강 수출길이 막힐 수밖에 없다.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강관, 냉연강판, 컬러강판 일부 품목(업체)은 25% 관세가 추가될 경우 최대 70~80%에 달하는 관세를 물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글로벌 무역전쟁 일촉즉발] 2년간 반덤핑 맞은 한국 철강.. 강관 등 사실상 대미수출 봉쇄


■냉연강판 및 강관 타격 불가피

기존에 포스코는 냉연강판에 59.72%, 현대제철은 도금.컬러강판에 47.8%, 넥스틸은 유정용 강관에 46.37%에 달하는 높은 관세율을 미국 정부로부터 적용받아 왔다.
향후 미국 정부가 25%의 관세를 추가로 책정할 경우에는 대미 수출을 완전히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한국은 반덤핑을 최근 2년간 이미 더 세게 맞았고 상대적으로 일본, 캐나다 등은 그 정도가 약했다. 이번에 추가로 25%에 달하는 관세율이 추가로 모든 국가에 일률 적용될 경우 한국의 일부 철강품목은 수출한계에 달하게 된다"고 전했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아직 최종 확정 전이어서 최종 시점까지 변수를 배제할 수 없기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아무래도 53%에 달하는 초고관세와 비교하면 최악은 면했다 할 수 있지만, 25% 역시 고율의 관세이기에 대미수출 피해는 피해갈 순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수출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됐던 강관뿐만 아니라 전 국가에, 모든 철강제품에 적용이 되는 것이라 피해가 아예 없긴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해외 현지법인 소재 공급뿐 아니라 미국 현지의 수급 부족, 제품가격 상승 등 자동차·가전 등 현지 철강 수요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이런 점을 미국 현지 주정부와 수요업계에 적극 전달하는 등 투자법인의 소재 및 현지 미생산 제품이 예외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발표 이후 그동안 잠잠했던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그동안 한국, 중국 등 일부 국가에만 초고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미국 정부가 채택하길 내심 기대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국가에 일률적인 25% 관세를 책정키로 하면서 EU에 이어 캐나다 정부도 트럼프 정부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폭탄에 보복을 선언했다. 프랑수아 필리프 상파뉴 캐나다 무역장관은 1일(현지시간) "관세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에 종사하는 캐나다 노동자들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무장관도 "무역제재는 국경 양쪽에 있는 두 나라 노동자들과 제조업자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며 "미국은 캐나다와의 무역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난했다. 캐나다는 2013~2016년 알루미늄 대미 최대 수출국가다.

앞서 장클로드 융커 EU 위원장은 1일 트럼프 대통령이 4월 중으로 예정된 강철과 알루미늄 관세 인상을 시행할 경우 EU는 "우리 기업들이 부당한 정책으로 타격을 입고, 수많은 유럽인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하는 것을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처럼 요란하게 개입하는 데 강한 유감을 느낀다"고 말하고 "EU는 강력하게, 미국의 조치에 상응하는 강도로 우리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 내에서도 찬반론

심지어 미국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는 무역전쟁을 촉발하고, 미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체이킨 애널리틱스의 마크 체이킨 최고경영자(CEO)는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는 "정말로 시장을 겁먹게 할 수 있다"면서 "최대 변수는 무역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그 누구도 반기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2인자인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도 브라질 상파울루 방문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보호무역주의 경향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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